인류 역사를 살펴볼 때 직업은 기술 발전의 영향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거듭해 왔다. 최근 50여 년 동안은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시장 수요를 만들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하지만 노동생산성과 고용률의 동조화는 채 50년을 넘기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사, 변호사 등 고도의 지적 역량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전문직’ 영역에서까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예술과 감성의 영역도 이미 로봇의 침공이 시작됐다.
‘일자리 전쟁’은 이미 전 세계적 현상이다. 영국의 ‘브렉시트’나 미국의 ‘트럼프 돌풍’,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대 간 갈등 등의 중심에는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 4차 산업혁명 등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간 ‘잡 킬러’(차두원 김서현 지음·한스미디어)는 기존의 전통적 일자리들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위협이 한국에서 더 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은 기술 발전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00년 74억 달러였던 세계 로봇 시장 규모가 매년 9% 성장해 2025년에는 66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심지어 한국은 2025년이 되면 로봇의 인력 대체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단적인 예로 2000년 6월 처음으로 설치되기 시작해 2007년 12월 기준 전국 262개 모든 영업소에 개통된 하이패스 시스템은 2600여 명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그러나 저자들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단순히 인간의 직업을 빼앗는 ‘잡 킬러(job killer)’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인공지능이 인간과 공생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잡 메이커(job maker)’로서의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로봇과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가질 미래 유망 직종을 찾으려고 시간 낭비를 하지 말고, 로봇이 잘할 수 있는 일은 철저하게 기계에 맡기되 인간은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편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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