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제출’ 침묵하는 한진해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채권단, 8월 넷째주초에 결론 내릴듯… “조양호 회장 결단 내릴 시점”
법정관리 신청땐 청산 가능성

한진해운의 생사가 다음 주 초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까지 자구안을 내라는 채권단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이 끝내 침묵하자 채권단은 다음 주초까지 자구안 제출을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자구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19일 “한진그룹 측에서 23일경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며 “자구안을 제출하든 아니면 다른 방식을 찾든 한진 측에서 이때까지 결론을 낼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16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한진해운의 자구안 제출 시점을) 19, 20일경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지만 한진해운은 이날까지 자구안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한진그룹으로서는 마땅한 회생 방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한진그룹은 이미 한진해운에 1조 원 이상을 쏟아부은 만큼 추가 투입 자금은 4000억 원을 넘어설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에 국민의 혈세를 더 쓸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여기서 원칙이 무너지면 앞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만약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면 사실상 청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외 용선주를 설득하기 위해 채권단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였던 현대상선 때와 달리 한진해운과 채권단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 회장으로서는 본래 제수인 최은영 전 회장이 운영하던 회사를 재무상태가 악화된 뒤에 떠안은 지 2년밖에 되지 않았고, 그동안 무보수로 일했던 데다 이미 그룹 자금을 1조 원 이상 투입한 상태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부실 경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재 출연 등 채권단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국적선사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후의 보루’가 있는 상태에서 현대상선 때보다는 절박함이 덜하다는 것. 이에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과도 용선료를 협상하고 있는 그리스 선주사 ‘다나오스’ 관계자는 “정부의 태도가 왜 이리 급변했냐”며 의아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선료 협상이라도 잘되어야 하지만 최대 용선주인 시스팬은 내내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 제리 왕 회장은 언론 인터뷰와 주주총회 등에서 ‘협상 불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진해운의 목줄을 죄고 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박창규 기자
#한진해운#자구안#법정관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