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선주 “용선료 내릴바엔 배 회수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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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척 빌려준 시스팬과 협상 ‘암초’… 일각선 “기선제압용 전술” 해석도
한진, 회사채 1900억 만기연장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 후 두 번째로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회사채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해외 선주가 용선료 인하를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나서 정상화까지 갈 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의 주요 선주 중 하나인 캐나다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은 16일(현지 시간) 영국 해운산업 전문지 로이즈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용선료를 인하할 바에는 대여한 선박을 모두 거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팬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선주사로 1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7척을 한진해운에 빌려줬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은 ‘인하’가 아니라 ‘조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계약서는 그대로 두되 실제 받는 용선료를 할인해주고 나머지는 주식으로 주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주 측에서는 인하라는 것에 민감하기 때문에 강한 어조로 최악의 상황을 얘기한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왕 회장은 14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만나 용선료 협상에 관해 면담을 했는데, 한진해운 측은 “왕 회장이 협상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만난 지 사흘 만에 용선료 인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스팬의 이 같은 강경책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술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스팬이 이런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다른 선주사를 설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 정상화의 전제로 제시한 3가지 조건 가운데 채권 만기 연장과 해운동맹 가입은 순항을 하고 있지만 용선료 협상에서 암초를 만난 것이다.

한편 한진해운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1900억 원 규모의 공모사채 만기를 3개월 연장하는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전체 채권금액의 72.6%인 1378억6000만 원어치를 소유한 채권자들이 참석했으며 이 중 99.64%가 만기 연장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안건으로 올라온 공모사채는 지역 농협, 신협 등 기관이 소유한 금액이 대부분이라 연장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열린 첫 사채권자 집회에선 358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4개월 연장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올 9월과 내년 6월 각각 310억 원, 2000억 원의 공모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한진해운#용선료#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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