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마음 콕집는, 편의점PB 날다

  • 동아일보

전국 수천개 매장서 수요변화 파악… 1L생수-대용량 요구르트 잇단 대박
PB 매출 비중 지난해 35%로 껑충… “특정 상품 사러 편의점 찾는 시대”

세븐일레븐이 올해 3월 말 내놓은 자체브랜드(PB) 상품 ‘PB동원참치라면’을 놓고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참치찌개 맛을 제대로 살렸다’는 호평과 ‘기름 때문에 느끼하다’는 악평이 엇갈린다. 논란 덕에 제품에 대한 관심은 증폭됐다. 그 덕분에 이 라면은 세븐일레븐 라면 판매 순위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9일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라면에 캔 참치를 넣어 먹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이 회사의 상품 개발자가 지난해 7월 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라면을 만드는 팔도와 참치 캔 업계 1위 동원F&B는 세븐일레븐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제품 개발로 이어가 인기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참치라면처럼 편의점이 개발한 독창적 상품들이 최근 편의점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PB 상품 매출 비중은 2007년 10.0%에서 지난해 35.0%로 커졌다. CU의 지난해 PB 상품 매출 성장률은 28.9%로 2014년 9.1%의 약 3배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출이 정체된 대형마트에 비해 편의점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제조업체들이 편의점 PB 생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며 “제조업체는 순수 자사 제품에 비해 판촉비를 줄일 수 있고, 편의점은 원가를 낮출 수 있어 윈윈(win-win)이 된다”고 설명했다.

2000년 이전 편의점의 PB 상품은 생수 종이컵 등 일부 품목에 불과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삼각김밥 정도가 대표 PB 상품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들어 컵라면, 도시락 등 먹을거리 중심으로 독자적인 PB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GS25는 2006년 중식당인 공화춘과 함께 PB 컵라면인 ‘GS25 공화춘 자장’을 선보였다. 이후 편의점들은 지역 맛집이나 유명 스타와 협업한 PB 먹을거리를 내놓고 있다.

GS25, 세븐일레븐, CU 등 주요 편의점업체들은 전국에 각각 8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의 수요 변화를 파악하기 쉽다는 게 강점이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편의점 PB 상품들의 용량 다양화도 이런 강점을 살린 변화다.

CU의 1L짜리 생수는 500mL 생수로는 부족하고 2L 생수는 무거운 1인 가구를 겨냥했다. GS25 등의 280mL, 450mL 대용량 요구르트는 식사 대용으로 요구르트를 찾는 여성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4월부터 PB 상품으로 피규어를 선보여 키덜트족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편의점들이 새로운 PB 브랜드까지 선보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CU는 지난해 ‘헤이루’라는 통합 PB 브랜드, ‘카페 겟(Cafe GET)’이라는 디저트 전문 브랜드를 내놓았다. GS25는 올해 2월 통합 PB 브랜드인 ‘유어스(YOU US)’를 선보였다. 박형식 BGF리테일(CU) 품질관리팀장은 “우수한 PB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인다”며 “기존 소비자들이 단순히 가까운 곳의 편의점을 찾았다면 특정 PB 상품을 사러 특정 편의점을 가는 식으로 소비 행태가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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