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삼성전자, 특허침해” 소송…美-中서 ‘특허 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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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인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기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외국기업 제품을 모방하면서 ‘짝퉁’의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기업들이 특허권을 들먹일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화웨이는 2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과 중국 선전(深천<土+川>) 인민법원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스마트폰 관련 4건, 무선 네트워크 관련 8건 등 총 12건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매년 연 매출액의 10~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화웨이는 지난해 3898건의 특허를 출원하면서 2년 연속 특허 출원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1987년 중국의 작은 통신장비 회사로 창업한 화웨이가 약 30년 만에 삼성을 위협하는 특허괴물로 성장한 것이다.

휴대전화 업계에서는 이번 화웨이의 특허 소송을 놓고 본격적인 ‘삼성 흔들기’를 시작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화웨이가 자신들의 무기인 통신 관련 특허를 바탕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삼성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반면 화웨이가 이번 소송을 통해 노리는 것이 손해배상이 아니라 삼성의 기술이란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는 공식 성명에서 삼성에 협력을 촉구했는데 금전적 보상보다 삼성의 일정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안승호 삼성전자 지식재산권(IP)센터장(부사장)은 25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맞소송이든 해야겠죠. 그쪽(화웨이)에서 그렇게 나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미지 베끼기 등 중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지만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중국의 기술력이 급부상하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며 “중국보다 몇 년 앞서있다는 자기 위안 식 논리에서 벗어나 중국 기업의 성장과 기술추격에 냉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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