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의 이해관계자인 KT에 자료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정위가 KT에 요청한 자료는 ‘해외규제기관의 통신·방송시장 기업결합 심사절차와 관련 사례, 심사 기한’으로 KT는 17일 관련 자료를 공정위에 전달했다. 24일 현재 공정위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 결합 심사를 시작한 지 176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심사가 진행 중인 셈이다.
이번 M&A에서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기간은 최장 기한인 120일을 이미 훌쩍 넘겼다. 하지만 공정위는 자료 보정 요청 기간은 심사 기한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자료 보정을 요청했고, 며칠이나 제외됐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이번 심사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다 돼 가면서 심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 방송·통신 분야 심사건 중 경쟁 제한성이 있어 시정 조치를 한 경우에 1년 이상 소요된 건도 다수 있었다”며 “또 이번 건은 국내 최초의 통신-방송사업자 간 기업 결합으로서 과거 사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만약 공정위가 시정 조치를 염두에 두고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면 심사 기간이 1년 이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서류 보정 기한을 제외하면 법에서 정한 120일의 심사 기한 중 이미 80%는 지난 것으로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장기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면서도 20차례가 넘는 토론회를 거치면서 주요 쟁점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상황에서 아직도 공정위가 심사 중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심사의 장기화로 투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는 것을 포함해 향후 발생할 유무형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M&A를 반대하는 KT와 LG유플러스의 입장은 다르다. KT 관계자는 “이번 심사는 단순히 제조업 분야에서 구조조정을 위한 M&A와 다르다”며 “향후 시장 지배력이 전이돼 공정 경쟁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신중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인수 회사인 CJ헬로비전의 경영 상태가 당장 인수되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에 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심사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양 진영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합병 반대 측에서는 심사 기간이 길어져 20대 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합병 심사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합방송법이 통과되고 시행령이 만들어져 인터넷(IP)TV의 케이블방송에 대한 소유 지분을 규제하면 결국 합병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블TV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 논의가 본격화되면 결국 합병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정부 관계자는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결국 청와대의 의사 결정이 이뤄지면 신속하게 심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인허가의 첫 관문인 공정위의 심사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최종 결정권을 가진 미래창조과학부와 사전동의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미래부는 현재 서류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의 심사 결과가 나와야 자문위원(통신 분야) 및 심사위원(방송 분야)을 구성하고 공식 심사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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