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침체의 늪… ‘감원 칼바람’에 떠는 지구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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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개조/이제는실행이다]IT-금융까지… 인력 구조조정 회오리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대기업이 줄줄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정보기술(IT) 금융 에너지 등 업종을 불문하고 지구촌의 감원 칼바람이 거세다. 저유가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 불씨가 좀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업들은 당장 하기 쉬운 ‘감원 카드’를 잇따라 꺼내 들었다. 가장 쉬운 구조조정이 인력 감축이라는 점에서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확산되고 있다. 고정비용부터 줄여 일단 위기를 넘기고 신성장 산업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세계 최대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미국 인텔은 지난해 11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최근 전체 인력의 11%인 1만2000명을 추가로 줄여 연 7억5000만 달러(약 8550억 원)의 인건비를 절감한다. 이번 감원은 2005∼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최대다.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성장산업에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도 지난해 말 1300여 명을 감원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중국 미디어텍 등이 저가를 무기로 약진하면서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4년 이상 매출 하락세를 보인 IBM도 대형 컴퓨터 분야에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IT 시장의 판도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스마트기기,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면서 컴퓨터 제조 회사들도 몸집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컨설팅 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 세계 개인용컴퓨터(PC) 출하량은 6분기 연속 하락해 지난해와 비교할 때 9.6% 줄어든 6480만 대에 그쳤다. 출하량 6500만 대 이하는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도시바는 지난해 회계 부정 사건이 터진 뒤 가전사업과 의료기기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도시바 인력은 의료기기 부문 매각에 따라 내년 3월 말까지 3만4000명이 줄어든다. 또 매년 400∼600명 채용하던 신입 사원을 내년에는 뽑지 않기로 했다. 실적 부진으로 대만 기업 폭스콘에 주력 사업을 매각한 샤프는 4만9000여 명의 그룹 인원 가운데 일본 내 인력 3500명을 포함해 10%를 감축했다.

금융권의 구조조정 한파도 거세다. 영국 HSBC홀딩스는 올해 임금 동결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신규 채용도 없다고 선언했다. 영국 바클레이스는 지난해 가을부터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 일부 은행은 직원들을 폴란드나 인도 등 비용이 적게 드는 국가로 재배치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말 직원 1만5000명을 해고하고 해외 10개국 지점을 폐쇄키로 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2000명을 감원하고 글로벌시장 사업 부문의 규모를 30% 축소한다. 또 부동산 등 자산도 정리할 방침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목표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유럽·아시아 부문을 인수했던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도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최대 1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에 근무하는 노무라증권 직원 6명 가운데 1명을 자르는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지난해 말 채권사업부 직원의 25%인 1200명을 잘랐다.

최근 18개 주요 석유 생산국의 산유량 동결 합의 무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저유가의 공포’에 휩싸이자 에너지회사들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52억 달러(약 6조 원)의 손실을 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내년까지 직원 7000명을 감원하고 BP 로열더치셸 엑손모빌 셰브런 등 4대 메이저 석유 기업은 올해만 직원 1만 명을 줄이는 비상 플랜을 세웠다. 북해의 석유와 가스 산업에서만 2년 안에 7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적인 에너지 및 철도차량 제작 업체인 프랑스 알스톰사는 대규모 적자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가 지난해 전력 에너지 사업 부문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 106억 달러에 매각했다. GE는 알스톰 에너지 사업 부문 근로자 3만5000명 중 6500명을 감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인력 감축이 언제 그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실적이 호전돼야 대규모 다운사이징을 멈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실적이 개선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CNN머니는 “인텔이 PC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인텔이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성장동력에서 성과를 내야 감원 바람이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U에서는 부실 채권을 회수하는 데 평균 2, 3년이 걸려 지점 폐쇄와 인적 구조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뉴욕=부형권 / 도쿄=서영아 특파원/ 파리=전승훈 특파원
#글로벌#기업#구조조정#it#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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