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하이브리드 원리 알면 ‘연비 20km’ 거뜬 …가속성능 기대보다 좋고 핸들링도 가벼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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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톡쇼/석동빈 기자의 DRIVEN]
기아자동차 ‘니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20년이 됐지만 아직도 국내 소비자들에겐 쉽지 않은 ‘물건’이다. 일반 자동차보다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높은 대신 가격은 조금 비싸다는 정도는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작동 원리까지 꿰고 있는 소비자는 드물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운전을 하면 기대만큼 연비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하이브리드의 원리를 잘 알면서 동시에 프로레이서이기도 한 기자가 운전을 한다면 과연 얼마까지 연비를 뽑아낼 수 있을까. 이번에 새로 나온 기아자동차의 소형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로 도전을 해봤다.

소형 가솔린 SUV로 ‘미친’ 연비 가능


니로에 들어간 6단 자동 더블클러치 변속기(DCT).
니로에 들어간 6단 자동 더블클러치 변속기(DCT).
결론부터 말하자면 L당 31.5km의 연비를 기록했다.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을 출발해 경기 양평군까지 54km를 주행하면서 거둔 성적이다. 함께 주행했던 니로 30여 대의 평균 연비도 23.4km가 나왔다. 공인 연비 17.1km보다 훨씬 높은 성적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원리에 맞춰 경제운전을 하면 누구나 믿기 힘든 연비를 낼 수 있다. 두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전기모터 주행모드(EV)를 최대한 이용할 것, 관성주행을 이용해 배터리 충전량을 늘릴 것.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엔진의 시동이 걸리지 않고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을 할 때 계기반에 ‘EV’ 사인이 점등되고 엔진 시동이 걸리는 순간 꺼진다. 즉, EV 모드로 주행할 땐 연료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아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가급적 EV 모드로 주행하는 방법은 우선 가속페달을 잘 활용하면 된다. 천천히, 부드럽게 페달을 밟으면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한데 어느 정도 속도가 높아져 더 큰 출력이 필요하면 아무리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도 시동이 걸린다. 바로 그 시동이 걸리는 임계점이 되는 속도를 파악하고, 그 속도 이하로만 부드럽게 주행하면 연료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니로는 충전 상태에 따라 시속 60∼80km 사이에서 엔진 작동이 되는데, 이를 잘 이용하면 전체 주행거리의 3분의 1 정도는 전기모터로만 움직일 수 있었다.

충전의 기술을 활용하라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아무리 천천히 가더라도 배터리 충전이 안 돼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엔진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충전은 엔진이 작동하면서 이뤄지지만 가속페달을 놓은 채 관성주행을 할 때 가장 잘된다. 제한속도 내에서 부드럽게 주행하다 멀리 정지신호가 들어오면 미리 가속페달을 놓으면 된다.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에게 내리막길은 발전소나 마찬가지다. 내리막길에서 가속페달을 놓고 미끄러져 내려가면 배터리 충전량은 쑥쑥 올라간다. 이렇게 벌어들인 전기를 평지나 오르막길에서 가속할 때 효율적으로 쓰면 공인연비보다 더 높은 연비를 얻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계속 가속을 해야 하는 고속도로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불리하다. 일반 자동차와는 반대로 고속도로 연비가 시내 연비보다 좋지 않은 이유다. 다른 자동차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속도를 낮추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니로의 경우 시속 80km 정도로 주행할 때 고속도로 연비가 가장 높았다. 내리막길에선 관성주행으로 속도가 80km를 넘어서더라도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는 없다. 제한속도를 넘지 않는 내에서 충전이 되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주행을 하면 누구라도 L당 30km이상의 연비를 경험할 수 있지만 다른 운전자들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는 않는다. 이런 원리를 알고 흐름에 따라 주행해도 20km 이상의 연비를 올릴 수 있다. 함께 시승행사에 참여했던 한 기자는 일부러 과격하게 주행을 했는데도 15km의 연비가 나왔다고 한다.

신선한 충격 니로


국내 첫 하이브리드 SUV인 니로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의 이복형제다. 엔진과 변속기, 차체 골격을 함께 쓴다. 비슷한 듯하지만 실제로 주행해보면 많은 부분이 다르다. 일단 디자인 측면에서 니로는 SUV와 해치백의 중간쯤에 있는 크로스오버자동차(CUV)에 가깝다. 취향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는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 평가를 하자면 비율과 뒤태는 매혹적인데 앞모습은 실망을 주는 스타일이다. 인테리어는 단정하고 착하지만 지루한 모범생의 느낌이다. 안정적인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개성이나 창의성은 없다.

소형 SUV임에도 실내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앞뒤로 키 175cm의 남성이 앉아도 시트에 무릎이 닿거나 하지는 않는다. 적재 공간도 합리적인 수준이고, 뒷좌석을 접으면 중형 냉장고도 실을 수 있다.

가속 성능은 기대보다는 좋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을 직접 측정한 결과 11초 정도가 나왔다. 출력에 비해 차체의 무게와 공기 저항이 큰 SUV 스타일인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가속 능력이다. 핸들링도 무거운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 보통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운전대를 돌리면 늘어난 배터리와 모터의 무게 때문에 한 박자 느리게 움직이는데 니로는 일반 소형 SUV와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종합적인 승차감도 수준급이다. 엔진의 소음이 절제돼 보통의 4기통 가솔린 승용차보다 조용하다. 주행 중 엔진의 시동이 걸리고 꺼질 때의 반응도 거의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위화감이 전혀 없다. 시내에서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이지만 고속도로에 올라와서도 별로 휘청이지 않는다. 현대·기아차의 차체와 서스펜션 기술이 크게 발전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자식 스티어링의 고질적인 문제이던 고속 직진성과 핸들링의 이질감도 많이 극복됐다.

가격은 2300만 원대부터 시작하지만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안전주행장치 등 이것저것 넣다보면 2800만 원까지 쉽게 올라간다. 욕심을 내면 3200만 원의 견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편의·안전장치를 넣은 니로를 주차장에 데려오려면 2700만 원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 물론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라는 매력은 남아 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car#기아자동차#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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