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품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뚝심’…성공 요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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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가 증권업계 마지막 대형 매물인 현대증권을 마침내 품에 안았다. 이로써 KB금융은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합해 자기자본 약 4조 원의 업계 3위 증권사를 보유하며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31일 현대그룹과 매각주간사인 회계법인 EY한영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마감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캐피탈 중 KB금융지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 총 22.56%다.

KB금융은 1조 원 이상의 파격적인 가격을 적어냈고, 비슷한 금액을 적어낸 한국금융지주보다 인수 조건과 자금 조달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를 마무리하면 현재 자기자본 기준 업계 18위의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 3조9000억 원 규모가 돼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3위로 뛰어오른다.

KB금융은 또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업계 선두권을 형성하면서 ‘KB금융을 한국의 뱅크오브아베리카(BOA) 메릴린치로 만들겠다’는 윤종규 회장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현재 KB금융지주 순이익에서 은행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증권업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윤 회장은 지난해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사들여 보험사업을 강화했고 이어 증권업 분야로 사업 확대를 노렸다. 하지만 201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하며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에는 그동안 실패 요인으로 꼽혔던 은행권 특유의 소심한 베팅에서 벗어나 1조 원이 넘는 통 큰 인수 가격을 써낸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윤 회장은 “이번 M&A는 인내와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결과이며 1등 금융그룹 위상 회복이라는 임직원의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 우리 경제의 혈맥이 되고 금융 산업 발전의 새로운 토양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그룹도 1조 원대 매각 대금을 확보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현대증권 매각은 본계약 체결과 실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하반기(7~12월)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측은 “매각 대금은 산업은행과 협의해 현대상선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남은 용선료 조정 및 채무 조정 등에서도 성과를 거두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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