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입車 부품, 내가 사서 고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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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부품 판매’ 인기몰이

2년 전 2008년식 폴크스바겐 골프를 중고로 구입한 어철원 씨(29)는 엔진오일, 브레이크 패드 등 소모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공식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서비스센터에서 제시한 견적은 어 씨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보증 수리 서비스 기간이 끝난 차량이기 때문에 부품 값과 공임이 비싸다는 것이 서비스센터의 설명이었다. 어 씨는 인터넷으로 눈을 돌렸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차량에 맞는 부품을 구입해 동네 정비소를 찾은 어 씨는 공식서비스센터 견적보다 30%가량 저렴하게 수리를 마칠 수 있었다.

폴크스바겐 골프 1.4 TSI의 차주인 김모 씨(29)는 “에어컨 파이프 고장 때문에 부품을 구입해야 했는데, 공식서비스센터는 53만 원을 요구했지만 온라인 수입차 부품 판매관인 ‘옥션 독일부품’에선 동일한 부품을 40만 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24만 대가 팔릴 정도로 수입차 시장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불편하고 비싼 수리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 사이에서 온라인을 통해 직접 부품을 구매해 정비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구입해 오프라인에서 정비하는 일명 ‘O2O(Online to Offline)’ 바람이 수입차 정비 시장에도 불어닥친 것이다.

온라인 업체 옥션은 지난해 9월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수입차 부품의 판매 전문관인 ‘옥션 독일부품’을 개설했다. ‘독일부품’은 2004년부터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부품을 판매해 왔지만, 회원 수가 월등히 많은 옥션과의 제휴를 통해 입점한 것이다. 자신의 차대번호를 등록하면 부품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내 차에 맞는 부품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문한 부품은 ‘옥션 독일부품’이 지정한 전국 111개의 전문정비센터에서 받아 볼 수 있으며, 소비자는 이곳에서 공임비만 주고 수리할 수 있다.

‘독일부품’이 옥션에 입점하고 난 지난해 9월 이후 매출도 늘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1%가 늘었으며, 지난해 1분기(1∼3월)와 비교해서는 304%가 늘었다.

또 다른 온라인 업체인 ‘11번가’에서도 엔진용품, 전기·전장용품 등 수입차 부품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전체 자동차 부품 판매자 중 약 20%가 수입차 부품을 팔고 있을 정도로 점유율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트렌드가 확산된 것은 그동안 수입차 정비 시장에서 소비자와 정비업자 간의 정보 불균형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공식서비스센터는 부품에도 높은 마진을 붙인 까닭에 소비자들은 도대체 얼마짜리 부품을 사용해 수리를 받는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또 고칠 필요가 없는 곳도 수리하는 과잉수리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런 까닭에 일부 소비자들은 인터넷에서 ‘손품’을 팔아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으로 부품을 조달하기도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비사업자의 나라별 자동차부품 수입 건수가 30만4114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에서 수입해온 부품은 6만1379개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온라인으로 차량 부품을 구매하는 ‘애프터마켓’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순정품 외에도 대체부품을 이용해 정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나 ‘아마존’에선 수백 개의 부품을 찾을 수 있고, 초보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동영상까지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O2O 정비를 통하지 않고도 합리적 정비를 할 수 있도록, 대체부품 제도의 활성화 등을 통해 전체적인 수리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수입차#자동차부품#셀프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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