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수출전쟁서 기댈 언덕 ‘무역보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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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1974년 10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의 정글 한복판에 ‘세기의 대결’을 위한 특설 무대가 세워진다.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하고 챔피언 벨트를 반납했던 무함마드 알리는 복서로서 전성기를 지난 32세의 나이에 헤비급 타이틀 탈환에 나선다. 상대는 40연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무패의 핵주먹 조지 포먼. 대부분의 복싱 전문가들은 ‘알리의 시대는 갔다’며, 일곱 살이나 어린 젊은 챔피언의 낙승을 예상한다.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대로 포먼의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진다. 하지만 관록의 복서 알리는 정면승부를 피하고, 로프에 기댄 채로 반동을 이용해 충격을 흡수하는 ‘로프 어 도프(Rope-a-Dope)’ 전술로 기회를 노린다. 때리다 지친 젊은 챔피언 포먼의 발이 무뎌지기 시작한 8라운드에 대반격이 시작된다. 순식간에 로프를 박차고 방향을 바꾼 알리가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포먼의 턱에 명중시키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이끌어 낸다.

강한 상대를 이겨내기 위해 경쟁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알리의 ‘로프 어 도프’ 전략은 복싱뿐 아니라 기업세계의 글로벌 경쟁에서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저유가의 장기화와 수주산업의 위기,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으로 인한 교역 감소 등 누적된 외부 충격으로 위축된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여전히 힘든 ‘시합’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전략과 기술개발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하지만 신흥시장 특유의 ‘불안정한 시장 상황과 높은 거래 위험’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자의 대금 지급 지체나 수입국의 디폴트 선언 등은 해외시장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재무적 여력이 제한적인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생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위험요소다.

로프에 기대어 불리한 싸움을 피하고 상대의 소나기 펀치를 이겨낸 알리의 영리한 경기 전략은 우리 수출기업들에도 유효해 보인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성장의 돌파구를 찾되, 해외 진출에 따르는 다양한 거래 위험은 무역보험과 같은 검증된 안전장치를 통해 ‘흡수’함으로써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을 도모하는 방식인 셈이다.

최근 무역보험공사는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 재무부와 50억 유로 규모의 금융 제공 약정을 체결하고, 쿠바 중앙은행과 6000만 유로 상당의 금융 지원 협약을 이끌어 내는 등 새로운 수출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 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금융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내수기업과 수출 초보기업의 수출 기반 조성을 위한 희망보험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2000억 원 이상 늘어난 8000억 원 규모로 증액하고,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기초로 한 특례 지원도 확대한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신흥시장 진출은 경기 회복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하며 형성한 수입자와의 의리와 신뢰 관계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 시장점유율 확대와 이익 증가라는 선순환으로 수출기업들의 ‘역전승’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무역보험이 우리 기업들의 든든한 ‘기댈 언덕’이 되어,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수출기업이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수출#무역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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