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ISA 도입 첫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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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입 펀드名?… 고객님, 일단 가입부터 하세요”
불완전판매 우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 첫날인 14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에서 한 남성이 ISA 개설 상담을 받고 
있다. 이날부터 33개 금융기관의 전국 지점에서 ISA 판매가 시작됐다. 첫날 업무가 몰린 일부 영업점에서는 혼란스러운 모습도 
연출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 첫날인 14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에서 한 남성이 ISA 개설 상담을 받고 있다. 이날부터 33개 금융기관의 전국 지점에서 ISA 판매가 시작됐다. 첫날 업무가 몰린 일부 영업점에서는 혼란스러운 모습도 연출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4일 은행과 증권사 등 33개 금융기관 전 지점에서 일제히 판매되기 시작했다. ISA는 주식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투자하고 세제 혜택을 볼 수 있어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가입 첫날 금융기관 창구에서는 가입 관련 규정을 위반하거나 투자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가 우려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금융당국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판매 초기부터 수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

“구체적인 펀드 이름은 지금 확인해 드릴 수 없어요.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A증권사 영업점. 이른바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판매가 시작된 이날 기자는 상품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도 모른 채 ISA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가 “ISA에 편입되는 펀드 이름을 알고 싶다”고 요청했더니 담당 직원은 “우리 같은 프라이빗뱅커(PB)들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에서 ISA에 가입하느라 걸린 시간은 모두 1시간 20분. 기자가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때 직원은 일임형과 신탁형의 차이에 대한 설명도 없이 무작정 신탁형으로 가입 절차를 진행했다. 기자가 이를 뒤늦게 알고 “일임형 가입을 원한다”고 했더니 이 직원은 그제야 가입 서류를 새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포트폴리오를 짜서 관리해주는 상품이고 신탁형은 고객이 직접 계좌에 담을 금융상품을 정하는 상품이다.

이날부터 은행 13곳, 증권사 19곳, 보험사 1곳 등 등 33개 금융사에서 ISA 판매에 들어갔지만 곳곳에서 불완전판매가 우려되는 모습들이 연출됐다. 구비 서류를 모두 챙겨 갔는데도 가입 시간은 평균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은행들은 본점 직원들까지 일선 영업점에 배치해 총력전을 벌였지만 전반적으로 미숙한 모습이 많았다.

서울 광화문의 B은행 지점은 금융 당국이 마련한 가입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기자가 “(원천징수영수증 등) 서류를 꼭 지금 내야 하느냐”고 묻자 상담 직원은 “관련 서류는 나중에 가져오면 된다”고 안내했다. 앞서 금융 당국은 ISA에 가입할 때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소득금액증명원 가운데 한 가지 서류는 필수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C은행은 투자자정보확인서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투자자정보확인서는 금융상품 투자 경험, 투자지식 수준, 기대 수익 등에 대해 스스로 체크하게 돼 있는 서류로 본인의 투자 성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A증권사의 경우 직원은 투자자 유의사항이 적힌 3장짜리 종이를 내밀며 적힌 대로 따라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E은행에서는 “손실이 날 수도 있는 건 알고 계시죠?”라는 짧은 말 한마디와 함께 잔뜩 가져온 서류에 서명할 것을 재촉했다. 서명만 최소 10번 넘게 했다.

가입하는 데 드는 시간도 너무 길었다. 1시간 20분이 걸린 A증권사의 경우 ISA를 만드는 동안 창구 직원 4명을 포함한 총 6명의 직원이 ISA 관련 전화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B은행에서도 오후 1시 25분부터 상담을 시작했는데 모든 가입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오후 2시 40분경이었다.

C은행을 찾은 김모 씨(47)는 “하도 ISA, ISA 해서 어떤 상품인지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 왔다”며 “설명을 들었는데도 비과세 혜택 말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다수 은행 및 증권사 지점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아직 일임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가입을 고려하는 고객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첫날을 맞아 현장에선 혼란스러운 모습이 일부 나타났지만 금융 당국과 업계는 ISA에 대해 여전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NH농협은행 대전중앙지점을 찾아 직접 ISA에 가입했다. 황 총리는 “ISA는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국민 재산 증식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로 중요한 금융개혁 과제 중 하나”라며 “소비자들에게 상품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는 등 소비자 입장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15일 오후 증권사를 방문해 일임형 ISA에 가입할 예정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열린 ISA 출시 행사에 참석해 “ISA 시장이 10조 원 규모까지 불어날 것이고 연소득 5000만∼1억 원 수준의 중산층이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불완전판매 우려되는 사례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 미흡 △일임형 상품의 경우 모델 포트 폴리오가 편입한 펀드를 창구에서 확인 못 함 △소득금액증명 등 관련 서류는 원래 가입할 때 내야 하지만 추후 제출도 가능하다고 설명 △편입된 상품들의 수수료는 묻기 전까지 설명 안 함 △투자자 정보확인서 작성 생략

주애진 jaj@donga.com·황성호 기자
#isa#비과세#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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