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분당점 지킨 단골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해 8월 영업면적만 9만 m²를 넘는 국내 2위의 매머드급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문을 열면서 인근 AK플라자의 완벽한 몰락을 예측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지역 백화점인 AK플라자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맞서 아직까지는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결은 지역 주민 특화형 마케팅과 단골 잡기였다.

7일 AK플라자에 따르면 이 백화점 분당점의 신선식품 매장인 ‘슈퍼존’의 월평균 매출은 현대백화점 출점 이후 3% 정도 늘었다. 1997년 개장한 AK플라자 분당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5km 떨어져 있어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던 곳이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중간업체를 통해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을 구매하던 관행을 버리고 백화점 담당자들이 산지를 직접 찾아 직거래하며 판매가격도 낮춘 점 등이 주요했다”면서 “백화점이지만 장을 보는 고객에게 무료 차량 배송 서비스를 해준 것도 효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물론 전체 매출에는 악영향이 있었다. 이 백화점의 전체 매출은 현대백화점 개장 이후 6개월(2015년 8월 21일∼2016년 2월 20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워낙 초대형 백화점이 들어오는 만큼 10% 이상 매출 감소를 각오했던 것을 고려하면 지금까지는 실적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을 재단장한 것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AK플라자 분당점은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 위에 들어서 있다. 지난해 8월 분당점 1층 광장을 유럽의 광장 스타일에서 차용한 ‘피아짜360’으로 만들었다. 매주 뮤지컬 갈라쇼나 미니콘서트 등을 열 수 있는 장소로 꾸미고 주변에 화장품이나 액세서리 매장을 열었다. 지하철을 타는 승객들도 부담 없이 이곳을 지나가도록 설계했다.

이런 노력 때문에 단골 고객들의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AK플라자 고객의 1인당 월평균 백화점 방문 횟수는 현대백화점 개장 전후 6개월을 비교해 봤을 때 똑같이 8.6일로 나타났다.

AK플라자 관계자는 “AK플라자 분당점의 분당 지역민 매출은 64%로 인근의 다른 백화점들보다 높다”며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지만 지역 밀착형 경영을 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ak분당점#현대백화점#단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