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조업 경쟁력 하락… 정주영의 “해봤어?”정신 간절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0시 00분


“이봐, 해봤어?”라는 말로 사람들을 정신 번쩍 들게 했던 아산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25일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아산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만 나왔지만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최빈국 대한민국에서 자동차 건설 조선 등 한국 경제의 기둥 산업을 키워냈다. 호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역시 5년 전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아산, 호암 같은 기업가가 있었기에 한국은 기적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창업 1세대가 떠난 뒤 한국경제는 그들의 기업가정신을 이어받지 못하고 표류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제조업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국내 제조업 기술 수준’ 조사에서 708개 기업은 한중의 기술 격차가 3.3년이라고 답했다. 4년 전 우리보다 3.7년 뒤졌던 중국이 바짝 쫓아왔다는 뜻이다. 세계 최고 수준과 대비한 한국 기술 수준도 평균 80.8%로 4년 전(81.9%)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한국의 자랑이었던 정보기술(IT) 산업에서 하락 폭이 커 충격적이다.

국민은 한국 경제가 늙어 간다고 느끼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 나이가 40.3세인데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우리 경제 현주소에 대한 국민 인식’에서 한국 경제의 활력 나이를 50.8세라고 답해 저성장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미국은 주식부자 100명 가운데 70명이 자수성가한 창업자이지만 한국은 25명만이 창업자일 만큼 경제에 새살이 돋지 않고 있다. 해보지도 않고 실패가 두려워 잔뜩 움츠러든 형국이다.

젊은 시절 아산은 자본도, 조선소도 없는 상태에서 영국의 투자전문회사 회장을 만나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고 투자를 받았고, 배도 수주하는 배짱을 보였다. 서산 간척지를 조성할 때는 파도가 거세 공사가 난항을 겪자 폐(廢)유조선을 바다에 가라앉히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냈다. 중진국까지의 성장이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면 선진국 진입은 도전적 기업가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내외 여건이 어렵고 경제가 불확실한 지금이야말로 “이봐, 해봤어?” 하고 도전한 아산의 기업가정신이 간절하다.
#정주영#탄생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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