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낸드플래시 격차 확 벌려

  • 동아일보

저장용량 2배로 늘린 ‘3세대 256기가’ 세계 첫 양산
경쟁사는 아직 상용화 못해… 소비전력도 30%이상 줄여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3세대 256Gb V낸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3세대 256Gb V낸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저장 용량을 2배로 늘린 ‘256Gb(기가비트) 3차원(3D) V낸드’ 양산에 성공했다. 용량의 한계를 극복한 3세대 V낸드 양산이 이뤄짐에 따라 본격적인 V낸드플래시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는 메모리반도체의 일종으로,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특징 때문에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차세대 대용량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주로 쓰인다.

삼성전자가 현재 업계에서 유일하게 양산 중인 V낸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데이터의 최소 단위인 비트를 저장하는 공간)을 기존 평면으로 늘어놓던 것과 달리 수직으로 쌓는 기술을 적용했다. 셀을 평면으로 나열하면 물리적으로 공간의 한계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수직으로 쌓는 방식이다. 주택만 계속 지으면 도로가 좁아지고 주택 간 거리가 좁아지는 문제가 있어 아파트를 짓는 것과 같은 이유다. 수직적층을 하면 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특히 셀 간 간섭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업계 최초로 셀을 24층 높이로 쌓아올린 1세대 V낸드를 양산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32층으로 올린 2세대를 양산했다. 다만 이 제품들은 평면 낸드와 용량 차이가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 양산하는 3세대 제품은 기존 1280억 개보다 2배 많은 2560억 개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셀을 48단으로 쌓은 뒤 약 18억 개의 원형 홀을 수직으로 뚫은 다음 총 853억 개 이상의 셀을 고속으로 동작시킨다. 셀마다 3개의 데이터(3비트)를 저장할 수 있어 총 2560억 개의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는 것이다.

256Gb V낸드를 쓰면 칩 하나만으로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32GB(기가바이트) 용량의 메모리카드를 만들 수 있다. 용량뿐 아니라 데이터 처리 속도는 올라가고 소비전력은 30% 이상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 2세대 32단 양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제품 생산성을 40% 가까이 높여 원가 경쟁력도 대폭 강화했다.

특히 256Gb V낸드를 쓰면 기존 128Gb 낸드를 적용한 SSD와는 동일한 크기를 유지하면서 용량은 두 배로 높일 수 있다. 지난달 2TB(테라바이트) SSD 제품 출시를 계기로 ‘테라 SSD 대중화’를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삼성전자는 이 시점을 더 앞당기기 위해 3세대 V낸드 생산을 위한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해 나갈 예정이다.

도시바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는 아직 V낸드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14나노 생산공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술력을 앞세워 경쟁사들과의 모바일AP 위탁생산(파운드리) 격차를 크게 벌렸듯이, 낸드플래시 사업에서도 3세대 V낸드로 또 한 번 초격차 기술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3세대 V낸드 양산으로 글로벌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대용량 고효율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V낸드 기술의 우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초고속 프리미엄 SSD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독보적인 사업 위상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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