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시골에나 내려갈까? No”…귀농·귀촌인 55%, 1년 이상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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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귀농을 준비 중인 양용일 씨(28). 그는 최근 한 달 동안 1번 국도를 따라 안양에서 해남까지 걸었다. 각지의 선배 농부들을 사귀며 작물 재배법과 농촌 정착법 등을 전수받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그는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귀농학교를 다녔다. 다음달부터는 전남 해남의 고구마 밭에서 친(親)환경 농법을 배우면서 농사지을 땅을 틈틈이 찾아볼 예정이다. 양 씨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 생활에 지치면 ‘확 시골에 내려가 농사나 짓고 싶다’고 말하지만 무작정 귀농했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를 왕왕 봤다”며 “지난해 귀농을 결정한 뒤 ‘5개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를 떠나 농촌에 정착한 사람 중 절반 정도는 1년 이상 공들여 귀농·귀촌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지난해 말 귀농·귀촌인 1209명을 대상으로 ‘귀농·귀촌인 정착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고 15일 밝혔다. 귀농·귀촌인 1000명 이상에 대한 대규모 조사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귀농·귀촌 준비 기간이 1년 이상이란 응답은 전체의 55.2%에 달했다. ‘3년 이상’은 21.4%, ‘2년¤3년 미만’은 14.1%, ‘1년¤2년 미만’은 19.7%였다. 농진청 관계자는 “2009년 조사에서는 ‘귀농·귀촌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이 70%에 육박했다”며 “최근에는 취업이나 창업 못지않게 귀농·귀촌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들은 귀농·귀촌을 한 이유로 ‘조용한 전원생활을 위해서’(31.4%),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껴서’(24.8%), ‘은퇴 후 여가 생활을 위해서’(24.3%), ‘새 일자리나 농업 관련 사업을 위해’(22.2%) 등을 꼽았다. 이들은 실제 농촌 생활에 상당히 만족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72.1%)은 ‘도시로 이주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절반 가까이(45.4%)는 귀농·귀촌의 성공 여부와 관련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매우 성공적’은 7.2%, ‘성공적인 편’은 38.2%였다. ‘매우 실패한 편’(1.0%)과 ‘실패한 편’(4.1%) 등 부정적 답변은 적었다. 다만 ‘아직 모르겠다’며 판단을 유보한 응답이 절반(49.6%)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한 최윤지 농진청 연구관은 “농촌에서의 삶에 만족하면서도 목표한 소득을 올리지 못해서 귀농·귀촌의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라며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하려면 농산물 재배에 농산물 가공·체험을 결합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귀농·귀촌자 중 농업에만 종사하는 사람은 40.2%였다. ‘농업과 다른 경제 활동을 겸업’하는 사람은 35.8%, ‘농업 이외 다른 분야 경제 활동에만 종사’하는 사람은 13.3%였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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