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에도 훈풍… 건설업 고용효과, 서비스업 이어 2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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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부동산發 온기]

결혼 9년 차인 주부 이모 씨(40)는 신혼 때 장만했던 가구를 지난달에 모두 버렸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 전용면적 84m² 아파트를 사서 이사하면서였다. 이 씨는 집주인이 전세를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돌리겠다고 통보하고 주변 아파트의 전세금까지 오르자 큰맘 먹고 내 집 장만에 나섰다.

이 씨는 “처음 갖는 내 집이라 비용이 좀 들더라도 깨끗하게 가꾸고 싶었다”며 “입주 12년 차로 다소 낡은 아파트여서 1600만 원가량 들여 욕실을 개조하고 신발장, 싱크대까지 새로 했다”고 말했다.

장기 침체를 겪었던 주택시장에 거래가 늘면서 가구, 인테리어, 이사, 부동산중개 등 관련 산업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내수경기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솔솔 나오고 있다.

○ 관련 산업으로 퍼지는 온기


주택시장이 긴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 아파트에 신반포2·3차, 경남 등 3개 단지 통합 재건축 추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주택시장이 긴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 아파트에 신반포2·3차, 경남 등 3개 단지 통합 재건축 추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주택 거래가 증가하면서 인테리어 업체들이 활기를 찾고 있다. 회원수가 274만 명을 넘는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의 ‘마이홈 자랑’ 코너에는 최근 내 집을 장만해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염모 씨(33·여)는 “지난해까지는 이 코너에서 전셋집 꾸미기가 대세였는데 최근에는 새로 산 집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소품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욕실 토털 브랜드인 대림바스에 따르면 1, 2월 욕실 소품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대형마트에서는 107%, 온라인에서는 564% 늘었다. 대림바스 관계자는 “안 그래도 각종 소품으로 집을 꾸미는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사 수요까지 늘면서 소품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구업계도 모처럼 웃는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가구거리의 한 업체 대표는 “몇 년째 거리가 한산했는데 다음 달 ‘공덕자이’ 등 주변에 대규모 입주가 이어지면서 문의가 급증했고 매출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신규 분양 아파트에 들어가는 가구 수주액이 증가하면 실제 입주가 시작되는 시점인 2, 3년 후까지 공장 가동률이 늘 것으로 보인다”며 “요즘 회사 동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장이사 업체들은 3, 4월의 ‘손 없는 날’에 이사 예약이 꽉 찼다. 한 프랜차이즈 이사업체 관계자는 “요즘 견적 문의는 하루에 500건꼴이고, 계약도 지난해보다 30% 늘었다”며 “손 없는 날이나 주말을 못 잡아 평일 이사도 꽤 한다”고 말했다.

○ 고용유발효과도 커


주택경기 회복세 덕분에 건설사는 물론이고 연관 기업들의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1위 가구기업인 한샘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말 11만4500원에서 18일 17만6000원으로 53.7% 올랐다. 욕실 관련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대림비앤코는 같은 기간 주가가 3570원에서 1만150원으로 184.3%나 올랐고, 한일시멘트도 같은 기간 25.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5.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멘트, 철근 등 아파트 착공에 연동된 건자재 업체의 경우 지난해 전국 인허가 물량이 전년 대비 17% 늘면서 올해 착공 물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재개발, 재건축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앞으로 판매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택·건설산업은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다. 주택·건설업 관련 종사자 약 223만 명과 가족뿐 아니라 중개 가구 이사 인테리어 도배 전기 설비업 등까지 더하면 1000만 명 이상의 생계가 건설산업과 관련돼 있다. 고용유발효과도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업의 2012년 기준 고용유발계수(매출 10억 원이 증가할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가 14.6명으로, 서비스업(18.0명) 다음으로 높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은 건설업, 이삿짐센터, 부동산중개업 등의 경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금융권 수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내수경기 회복으로는 아직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투자, 가계 소비 등 경제 전반으로 온기를 확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수영 gaea@donga.com·조은아·한우신 기자
#부동산#건설업#고용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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