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금리시대’ 시중 자금, 부동산·증시로 몰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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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가까이에 문을 연 ‘마포한강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의 본보기집에는 아침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전날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현장에 상담사를 10명이나 배치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몰리자 상담을 포기하고 바로 청약창구로 향하는 방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오후 2시까지 500통의 전화가 걸려오는 등 상담전화에도 불이 났다.

이날 오피스텔을 청약한 이모 씨(54)는 “이제 은행에 돈을 넣으면 바보 아니냐”라며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낮아져도 연간 4~5%는 나와 은행이자의 2~3배는 된다”고 말했다.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투자시장에서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 창구에는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문의가 잇달았다. 전날 선물옵션 동기 만기일을 맞아 약세를 보였던 증시도 13일에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제대로 반영되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 수익형 부동산, 고수익 금융상품 문의 잇달아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에 민감한 오피스텔이나 상가, 소형 아파트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이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분위기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매거래가 살아나고 있던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가 투자자들의 수요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 많다.

소형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북 지역 역세권 단지에는 월세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2억 원 안팎의 소형 아파트를 찾는 투자자들은 은행 대출을 끼고 매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금리 인하에 따른 투자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벽산아파트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2억 원대 아파트는 집값 대비 많게는 50%까지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소형 아파트는 매매가 화끈 달아 올랐다”고 말했다.

금융사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증권사 영업점에는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저축성상품 대신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하락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건설주를 사겠다는 고객이 많았다”며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에 특히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개인 못지않게 법인들도 민감해하고 있다”라며 “중소기업 고객들 중 단기자금을 많이 넣어놓은 곳들이 문의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고액 자산가들은 금리인하에 대응해 조금씩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도 예상보다는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조성만 팀장은 “이자로 생활하는 고객들로부터 ‘저금리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 섞인 문의가 이어졌다”며 “다만 상반기에 이미 금리하락을 예상했던 자산가들은 차분한 분위기고 오히려 이번 금리 인하로 불확실성이 줄었다라고 평가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전했다.

●증시는 봄바람, 은행·보험사들은 울상

증시는 모처럼 활짝 웃었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5.20포인트(0.77%) 오른 1,985.79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1,970선에 턱걸이했던 코스피는 이날 개장과 함께 20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며 장중 1,99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지수 상승에는 대외적 요인도 한 몫을 했다. 미국의 2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6% 줄며 부진하게 나오자 시장에서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전날 주춤했던 환율도 금리인하의 영향을 받아 상승(원화가치는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1원 오른 1,128.5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이자 마진이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들은 향후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1%대로 진입함에 따라 내부적으로 초저금리에 대비하는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보험사들도 금리 인하에 울상을 짓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보험사들이 고객들에게 보장한 보험료 적립금 평균이율은 4.9%였지만 실제 운용자산이익률은 4.5%에 그쳤다. 저금리로 ‘역마진’ 상태에 빠진 것이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도 살아남기 위해 해외 부동산 등 새로운 투자처를 적극 발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연상기자 baek@donga.com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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