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오디오 名家 인켈 “이젠 종합 가전회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천 본사-공장 가보니
부도→법정관리→풍안방직에 인수… 직원수 10%로 줄며 변신 안간힘
전화기 이어 세탁기-냉장고 추진

인천 부평구 청중로 인켈 본사 공장에서 직원들이 오디오가 결합된 가정용 통신기기를 조립하고 있다. 인켈 제공
인천 부평구 청중로 인켈 본사 공장에서 직원들이 오디오가 결합된 가정용 통신기기를 조립하고 있다. 인켈 제공
“한국 오디오의 명예! 인∼켈!”

아마 지금 40, 50대 이상이라면 1980, 90년대 TV 광고를 통해 클래식 음악과 함께 들리던 저 광고 카피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는 하이파이 오디오의 전성기였다. 음악을 듣기가 지금처럼 쉽지 않았던 시절, 집집마다 어린아이 몸통만 한 스피커를 양쪽에 달고 테이프와 LP 등을 재생할 수 있는 오디오가 집 안 한쪽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신혼부부들 사이엔 ‘품격 있는’ 집 안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오디오는 빼놓을 수 없는 혼수용품이기도 했다.

1978년 창립된 오디오 전문기업 ‘인켈’은 당시 국내 오디오시장에서 3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아남전자’ 등과 함께 국내 오디오시장을 이끌었다. ‘셔우드(Sherwood)’라는 브랜드로 해외 30여 개국에 수출도 했고 품질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즈음 경영난으로 해태전자에 흡수됐고 이후 해태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우여곡절을 거쳐 풍안방직이 인켈을 인수하며 2006년 법정관리를 가까스로 졸업했지만 더 큰 문제는 시대의 변화였다. 휴대용 CD플레이어와 MP3 플레이어가 보편화되면서 ‘음악은 걸을 때만 듣는’ 시대가 온 것이다. 매출은 반 토막이 났고, 3000명에 가까웠던 직원 수는 10분의 1인 300명으로 줄었다. 결정적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집이라는 공간에서 오디오는 자취를 감췄다.

기자도 어린 시절에만 인켈 오디오를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최근 KOTRA의 ‘월드챔프’ 사업에 인켈이 참여하며 KOTRA와 해외 시장조사, 신규 고객 발굴 등 시장 개척에 협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추억의 브랜드’ 인켈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기자는 이런 궁금증을 갖고 지난달 말 인천 부평구 청중로의 인켈 본사와 공장을 찾았다.

과거의 영예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 인켈 본사는 다소 ‘썰렁’ 한 분위기였다. 본사 옆 공장에서 오디오가 조립되고 있으리라는 기자의 예상은 곧바로 빗나갔다. 공장에서 조립되고 있던 건 LG유플러스에 납품되는 가정용 전화기 ‘홈보이’였다.

인켈 측은 오디오의 경우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 둥관(東莞) 공장과 베트남 하노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시장은 아직도 집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 마니아들이 많은 미국과 유럽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정체 상태. 침체된 오디오시장을 벗어나 인켈은 TV와 디스플레이, 통신기기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인켈은 조만간 세탁기와 냉장고 등 백색가전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막바지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TV로 볼 수 있는 구글 ‘크롬캐스트’ 같은 비디오 스트리밍 기기 ‘동글’은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에서 최근 판매가 시작됐다. 인켈은 현재 8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오디오 사업은 유지하며 가전과 통신, 디스플레이 사업 분야를 확대해 2017년까지 비(非)오디오 사업의 비중을 6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오디오시장은 500억 원 규모로 평가된다. 하지만 TV 시장은 2조 원대인데, 이 중 삼성과 LG가 차지하고 있는 90% 정도를 빼더라도 2000억 원의 시장이 남는다. 이 시장이 더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삼성과 LG의 제품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라서 더 작고 저렴한 가격의 ‘제3의 브랜드’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이 시장을 파고들겠다.”

지난달 말 새로 취임해 인켈의 변화를 이끌 김세환 대표(64)의 각오다.

인천=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오디오#인켈#가전회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