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주 역대 2위라더니? 건설사 해외서 번 돈 감소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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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국제수지의 건설수입은 171억 달러(약 18조5300억 원)로 2013년보다 16.1% 줄었습니다. 건설수입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던 2010년(-17.7%) 이후 처음입니다.

지난해 해외건설에서 역대 2위의 수주 실적(660억 달러)을 거뒀다는 뉴스를 접했던 독자들은 의아할 수 있습니다. 당초 목표액(700억 달러)에는 못 미쳤지만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했던 2010년(716억 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고 건설업계 안팎에서 자축하는 분위기였는데 왜 건설수입이 줄었을까요.

우선 수주가 시차를 두고 매출로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수주액이 해외건설의 선행지표라면, 매출액은 동행 또는 후행지표”라고 설명합니다.

단순히 시차 때문이라면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해외 건설수지 악화를 수익성 저하로 해석할 측면이 있다는 점입니다. 통상 해외건설에 나서는 건설사들은 돈을 나눠서 받습니다. 공사의 진척에 따라 발주처로부터 중도금을 받아 인건비 등 현장 운용에 필요한 돈을 쓴 뒤 국내로 보냅니다. 건설수입 감소는 이 돈의 규모가 줄었다는 뜻입니다. 현장에서 쓴 추가비용이 많았다는 뜻이지요.

실제 지난해 해외건설의 ‘텃밭’이라 불리는 중동에서 추가비용을 들이는 ‘적자 시공’을 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낸 대림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인력 현지화 정책으로 추가 손실을 반영해야 했습니다. 숙련공의 인건비는 높아지고, 미숙련공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길어진데다 하자가 잇달아 발생하는 등 현장 상황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2012년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공사를 따냈는데 이 시기에 무리하게 저가로 수주했기 때문에 지난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저유가로 재정난을 겪는 산유국 정부가 대규모 건설공사의 발주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건설수지를 고려하면 지난해 건설수입 감소가 앞으로 상당기간 이어질까 걱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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