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고객 모시기 ‘은밀한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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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서비스업계 고급화 바람
개인수영장 있는 프리미엄 콘도 ‘프라이빗 비치’ 마련한 특급호텔
‘억’소리나는 회원권 가격에도 인기

부산 기장군에 들어서는 아난티 펜트하우스 조감도. 건물 뒤로 산이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어렵기 때문에 건물 앞 바닷가를 전용 해변처럼 사용할 수 있다. 에머슨퍼시픽그룹 제공
부산 기장군에 들어서는 아난티 펜트하우스 조감도. 건물 뒤로 산이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어렵기 때문에 건물 앞 바닷가를 전용 해변처럼 사용할 수 있다. 에머슨퍼시픽그룹 제공
사생활이 보장되는,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고객을 모시기 위한 국내 레저·서비스 업계의 ‘은밀한’ 경쟁이 한창이다. 분리된 공간에서 조용한 서비스를 제공받길 원하는 고객을 위해 개인 수영장과 노천탕이 포함된 객실을 분양하는 프리미엄 콘도가 인기를 끌고 있고, 숙박객만을 위한 ‘프라이빗 비치(해변)’를 마련하는 특급호텔도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동부산관광단지에 들어서는 아난티 펜트하우스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해변가에 위치해 ‘바다의 성(城)’이라 불린다. 리조트 기업인 에머슨퍼시픽그룹이 올해 3월에 공사를 시작한 이곳은 전체 부지 7만5700m²(약 2만3000평)에 객실 하나당 넓이는 무려 347m²(약 105평)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고객을 위해 일부 객실 테라스에 개인 수영장이나 노천탕을 설치해 조용히 바다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펜트하우스 앞 1km 길이의 해변을 ‘프라이빗 비치’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프라이빗 비치’란 해외에서는 사유권이 인정된 전용 해변을 말하지만, 현행법상 사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에서는 일부 인원이 독점적으로 해변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을 경우 편의상 이처럼 부르고 있다.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회원권은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난다. 가장 가격이 저렴한 30일 이용권은 1억500만 원이고, 평생 분양가는 25억 원에 달한다. 일반 콘도의 10년 회원권이 평균 3000만 원 수준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고가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5월 사전청약이 시작된 이후로 현재까지 청약률 6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조용히 여가를 보내려는 문화가 이제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복잡한 관광지나 여름 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관광객이 해마다 늘어난다는 것도 이런 트렌드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호텔 업계에서도 ‘프라이버시 서비스’ 바람이 강하다. 롯데호텔과 신라호텔 역시 제주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에서 각각 ‘프라이빗 비치 라운지’와 ‘프라이빗 비치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호텔 고객은 이곳에 마련된 북카페나 족욕서비스 등 전용 편의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한 반얀트리호텔은 회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배타적인’ 서비스로 유명하다. 이 호텔의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은 1억3000만 원에 이르지만,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고 입회심사를 거쳐야만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여가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한정된 인원에게만 제공하는 고급 서비스는 앞으로도 더욱 세분화돼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VVIP#프라이빗 비치#특급호텔#아난티 펜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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