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內 개발 부진한 14개 지구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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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면적의 22%인 92㎢ 지정 해제… 제도 도입후 최대규모 구조조정
인천 용유·무의 - 광양 용강 등… 상당수 사업계획도 못 짜고 표류
‘3년內 미개발땐 자동해제’ 첫 적용… 재산권 제약 주민 보상책 마련해야

인천의 용유·무의도 등 개발이 지지부진한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정부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지만 정치적 이해관계 등 때문에 지역별 나눠 먹기 식으로 지정돼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제자유구역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책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인천, 부산진해 등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 98개 지구(428.37km²) 중 14개 지구(92.53km²)의 지정을 취소한다고 4일 밝혔다. 경제자유구역 제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취소 면적이 가장 넓다. 현행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 따르면 지정 후 3년 안에 사업시행사가 광역시도에 해당 지역 개발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사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자동으로 지구 지정을 해제한다.

이번 조치로 전남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내 용강그린테크밸리 등 10곳은 지구 전체가 지정 해제됐고 인천 용유·무의개발지구 등 4곳은 지구 내 일부가 풀렸다. 용유·무의지구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총사업비 317조 원)으로 일컬어지던 관광복합도시 에잇시티 사업이 지난해 무산되면서 개발 동력을 잃었다. 경북 구미디지털산업지구는 2006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8년간 사업계획조차 짜지 못하는 등 상당수 경제자유구역이 사실상 방치돼 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개편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촉진할 규제 완화책과 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청사진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가 이 제도를 설계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물류 기반시설이 구축된 1, 2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특구 내 공용어로 영어 사용 △외국 화폐의 자유로운 이용 등 파격적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 혜택을 몰아주면 안 된다는 주장과 의료·교육 개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져 인센티브는 줄고 주요 광역자치단체가 1곳씩 나눠 갖는 평범한 개발지구로 전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유치 및 개발 실적은 미미한 실정이다. 전국 경제자유구역 중 개발계획을 수립하지 못해 첫 삽조차 뜨지 못한 미개발지 비중은 지난해 4월 기준 55.6%에 이른다. 2004∼2012년 외국인 투자액 중 경제자유구역 투자액의 비율은 6.0%(67억8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일정 규모 이상 투자한 외국 사업자에게 5년간 소득·법인세를 100% 감면해 주고 외국 학교·병원 등의 설립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 정도 인센티브로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로 갈 투자자를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건축물 신축 등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은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책이 사실상 전무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피해를 본 주민들의 항의가 종종 들어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손해금액을 보전해 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급자인 정부 생각만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경제자유구역이 살아나기 힘들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외국인 투자가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제자유구역 ::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세금 감면, 수도권규제 제외 등 다양한 혜택이 부여된 경제특구. 2003년 인천을 필두로 전국 8개 광역시·도에 구역 지정이 이뤄졌다.

이상훈 january@donga.com·김현지 기자
#경제자유구역#투자유치#미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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