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만 있고 ‘매도’는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증권사 보고서에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과감하게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는 증권사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롱쇼트펀드의 인기와 함께 생겼다고 분석한다. 좋은 종목을 사는 동시에 안 좋은 종목을 공매도하는 롱쇼트펀드 때문에 매도 대상인 종목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있다는 것.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동익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냈다. 기존 15만5000원으로 제시했던 목표주가를 13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의견도 중립에서 매도로 변경한 것. 올해 해운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회사가 영업손실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이 주력으로 삼는 5만 t 내외 상품운반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시장점유율 하락뿐 아니라 선가(船價) 인상이 어려워지면서 올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좋은 종목을 사들이는 전략을 주로 썼다면 이제는 사고파는 걸 동시에 진행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매도 투자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증권사에서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한 사례(66건)보다 하향 조정한 사례(94건)가 더 많았다. 목표주가 역시 상향 조정된 것(557건)보다 하향 조정된 사례(795건)가 많았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리서치 대상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매도’ 의견을 내야 할 때는 ‘중립’의견을 내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매도 보고서가 나오는 움직임은 이처럼 추락한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를 높이려는 의도가 바탕이 돼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증권사와 기업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여전히 매도 의견을 자유롭게 내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매도 보고서가 제대로 나오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증권사의 분석보고서를 컨설팅 차원으로 받아들이도록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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