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경제]딱딱한 기내방송 바꾼 진에어의 유머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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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없으면 짐 살살 꺼내시고… 흡연 원하시면 항공기 밖에서
단, 낙하산은 제공 안합니다”

강유현·산업부
강유현·산업부
“기내에서의 흡연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을 원하시는 분께는 항공기 밖에서만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다만 진에어는 낙하산을 제공해 드리지 않는다는 점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반을 여실 때는 잠깐! 선반 안 물건이 머리 위로 떨어질 수 있으니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셨다면 짐을 살∼살 꺼내주세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가 17일부터 시작한 기내방송 내용입니다. 원래 항공사들이 다들 그렇듯 딱딱하게 안내방송을 했지만 승객에게 친밀감을 주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무뚝뚝하던 기장의 방송도 “기류 영향으로 비행기가 조금 놀라 ‘부르르’ 떨 수도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진에어의 ‘재미있는’ 기내 방송은 미국 저비용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1967년 설립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꼭 담배를 피워야 한다면 날개 위에 있는 흡연구역을 이용해주세요. 거기 계신 동안 비행기 내부에서 상영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감상하셔도 좋습니다”라는 내용으로 금연 방송을 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창업자인 허브 켈러허 전 회장은 직원을 채용할 때도 유머 감각을 중시했습니다. 직원들에게 파티도 종종 열어줬습니다.

1994년 사우스웨스트항공 직원 1만6000명은 ‘USA투데이’에 “감사합니다 허브, 우리 직원들 이름을 모두 기억해 주신 것에… 우리의 휴일파티에서 노래 불러 주신 것에… 회장이 아니라 친구가 되어 주신 것에”라는 내용의 광고로 화답했습니다. 동종업계보다 근무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지만 이직률이 6.4%로 낮다고 합니다. 9·11테러가 났던 2001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흑자를 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는 직원들의 힘이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청바지 유니폼으로 유명한 진에어는 2012년 기내체조를 도입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진에어 전무가 민소매 원피스와 밀짚모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길거리 홍보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진에어의 ‘재미있는’ 마케팅이 직원 행복과 경영 성과로 이어지기를 응원해봅니다.

강유현·산업부 yhkang@donga.com
#진에어#펀마케팅#유머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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