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수집 달인 구글, 불법 감추기도 ‘통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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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과징금 부과로 돌아본 ‘와이스파이 사건’ 전말

방송통신위원회가 28일 구글에 2억123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국에서 불법으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방통위가 외국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한 건 처음이다.

와이파이 망을 이용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뜻에서 ‘와이스파이(WiSpy)’란 이름으로 유명한 이 사건이 과징금 부과를 계기로 국내에서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보안업계의 한 전문가는 “개인정보 보호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와이스파이 사건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지키는 데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준다”며 “그만큼 정부와 감시기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반증하는 사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사진만 찍는다더니… 개인정보 무차별 수집

구글 와이스파이 사건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글은 지도와 함께 실제 거리의 모습을 3차원 사진으로 보여주는 ‘스트리트 뷰’ 서비스를 준비하며 세계 곳곳을 촬영했다. 구글은 특수카메라를 탑재한 차량을 통해 이런 작업을 진행했는데 국내에서도 2009년 10월부터 8개월간 이런 차량이 서울, 부산, 경기, 인천의 골목골목을 누볐다.

그런데 미국에서 문제가 터졌다. 구글이 이 차량을 통해 거리의 풍경만 찍은 게 아니라 비밀번호가 걸려 있지 않은 와이파이 망을 통해 오가는 정보도 불법적으로 수집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시 구글은 “(본사는) 몰랐다” “(일개 엔지니어의) 실수였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조사 도중 스트리트 뷰 관련 엔지니어가 본사에 개인정보 수집 사실을 보고한 문건이 발견됐다. 결국 구글 본사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에는 ‘와이스파이’ 스캔들이란 이름이 붙었고 전 세계적인 논란을 낳았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노르웨이 등 30여 개국에서 동시다발적 조사가 진행됐고, 우리나라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검찰은 구글코리아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외국계 기업의 특성상 정보 확인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서버 컴퓨터 전원을 내리고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은 구글이 750GB(기가바이트) 크기의 하드디스크 145개에 와이파이 망에서 확보한 한국인의 개인정보 등을 담은 뒤 해외배송 전문업체를 통해 구글 본사로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구글은 한국에서 ‘패킷 스니핑’이란 기법을 통해 와이파이 망을 오가는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집 정보는 ID,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 정보부터 이용자의 인터넷주소(IP), e메일 주소와 내용, 메신저 내용, 위치 등 60만 건에 달했다.

검찰은 좀 더 정확한 수사를 위해 본사 엔지니어에게 소환 요청을 보냈지만 구글 측은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결국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2012년 2월 기소 중지로 수사를 중단했다.

○벌금 산정조차 쉽지 않은 외국 기업

방통위는 구글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려 했다. 하지만 과징금 산정도 쉽지 않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구글코리아의 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겨야 하는데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라 매출 파악조차 쉽지 않았다”며 “사건 이전 3개년의 매출 자료를 받기 위해 수차례 요청을 했고 이를 과거 방통위에 제출했던 사업계획서 자료와 비교해 가며 허위 여부를 검증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구글 본사에 “불법으로 수집한 모든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이 과정을 방통위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하지만 보안업계에선 구글이 이를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 같은 기술 서비스 기업들이 어떤 개인의 어떤 정보를 어떤 식으로 수집하는지 이용자들이 알기는 매우 어렵다”며 “어쩌다 들통이 나 조사나 수사가 진행돼야만 이용자들은 진실을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위법 사실이 확인된다고 해도 개인이 자신의 정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거나 보상을 받을 길은 거의 없다. 결국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개인은 ‘기업들은 선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 기대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구글#와이스파이#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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