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싸진 국산과일의 반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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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바나나 꺾고 과일매출 2위로… 배-딸기 소비도 급증

오랜만의 과일 풍년이 유통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풍작으로 가격이 내린 덕에 국산 과일 매출과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사과는 수입 바나나를 제치고 과일 판매 2위로 올라섰다.

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국산 과일의 가격(11월 넷째 주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고 40% 가까이 떨어졌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15kg 사과 한 상자 값은 3만9771원으로 지난해보다 22.4% 하락했다. 배 한 상자(15kg)는 37.4%(5만2238원→3만2704원), 딸기 한 상자(2kg) 역시 24.8%(3만2781원→2만4635원) 내렸다. 국산 과일 가격이 일제히 떨어진 것은 올여름에 태풍 피해가 거의 없어 과일 풍년이 든 덕분이다. 이전에 국산 과일은 한파나 태풍 피해가 있을 때마다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크게 오르곤 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은 불경기의 영향으로 값싼 수입 과일에 고전해 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사과 생산량은 42만700t으로 지난해(39만4500t)보다 6.6% 늘었다. 배 생산량(23만7000t) 역시 지난해(17만3000t)보다 37.0% 급증했다.

가격 하락에 따라 시중에서는 국산 과일을 사먹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이마트의 국산 과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증가했다. 올 들어 국산 과일 매출은 수박 수요가 급증한 8월(7.3% 증가)을 제외하고 매월 감소했다. 하지만 11월 들어 매출이 급등세로 돌아섰다. 반면 수입 과일은 지난달 바나나 매출이 지난해 11월 대비 2.8% 늘어나는 데 그쳤고, 수입 포도와 수입 키위 매출도 각각 7.9%, 3.5% 줄었다.

이런 변화로 인해 과일의 판매 순위에서도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해 과일 매출은 1위 귤, 2위 바나나, 3위 사과, 4위 감, 5위 배 순서였다. 그러나 올해엔 사과가 바나나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최근 사과 값이 떨어질 때 바나나 가격이 오른 것도 순위 변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과일의 ‘대표주자’인 바나나는 중국에서의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지난해보다 69.0%(11월 넷째 주 13kg 1상자 기준, 2012년 1만 원→2013년 1만6901원)나 뛰었다.

한편 올해 수확한 국산 과일은 풍부한 일조량 덕에 당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출하된 ‘후지’ 품종 사과의 당도는 14.5Bx(브릭스·물 100g에 녹아있는 당의 g수)로 지난해보다 0.2Bx 높아졌다. 또 농업관측센터가 산지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의 당도(10월 말 기준)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고 답한 농가가 81%나 됐다. ‘올해 감귤의 당도가 높아졌다’고 답한 농가 역시 91.0%에 이르렀다.

최지윤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는 “필리핀의 태풍 피해로 바나나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국산 과일은 대체로 당도가 높아지고 가격은 저렴해져 국산 과일을 많이 소비하는 트렌드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국산과일#사과#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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