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땐 속옷 잘팔리고 춘곤증 4월엔 껌 ‘불티’

■ 세븐일레븐 편의점 월별 인기 상품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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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편의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은 뭘까. 더울수록 생수, 탄산음료 등의 매출은 당연히 올라간다. 이와 함께 여름철에 판매량이 급증하는 제품으로 ‘속옷’이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속옷은 가장 더운 8월 매출이 한겨울인 1월보다 66%나 많았다.

속옷을 편의점에서 사는 건 급하게 갈아입어야 할 때다. 여름 휴가철에 여벌의 속옷을 못 챙긴 채 여행지로 갔을 때, 장마철 폭우로 속옷까지 흠뻑 젖었을 때 속옷을 사러 편의점을 찾는 손님이 많은 것이다.

동아일보 소비자경제부가 최근 3년(2010년 7월∼2013년 6월)간 세븐일레븐의 월평균 매출을 100으로 보고 각 달의 매출 비율을 따진 ‘세븐일레븐 판매지수’를 내 봤더니 속옷은 8월에 133, 1월에 80으로 나타났다. 8월에는 연평균보다 33% 더 팔린다는 뜻이다.

가장 더운 8월에 많이 판매되는 품목은 스포츠음료(158) 생수(136) 탄산음료(125) 등이었으며 스포츠음료는 겨울철의 3배가 팔렸다. 이들 상품은 더울수록 잘 팔리는 상품으로 탄산음료는 기온이 24도, 생수와 스포츠음료는 29도가 넘어서면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달은 7월(165)이었다. 8월 아이스크림 판매(162)는 6월(164)보다도 낮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무더위엔 소비자들이 갈증을 많이 느껴 청량감이 떨어지는 아이스크림보다 시원한 음료를 많이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타킹은 월평균 기온보다 일교차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여름(8월·35)과 겨울(1월·70)엔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었으나 봄·가을인 4월, 10월에 연평균보다 50∼60%가 더 팔렸다. 스타킹이 필요한 옷차림을 많이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맨살에 외출했다가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급히 사는 경우도 많다는 게 세븐일레븐 측의 분석이다.

과자류 매출은 ‘○○○데이’로 불리는 기념일에 크게 움직였다. 밸런타인데이가 낀 2월엔 초콜릿이 월평균의 2.3배, 화이트데이가 낀 3월엔 캔디가 월평균의 3배 팔렸다. 한국에서는 밸런타인데이 땐 연인 중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화이트데이 땐 반대로 사탕을 주는 게 일반적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여성은 초콜릿을 백화점이나 빵집에서 신경 써서 사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남성은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쉽게 사탕을 사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초콜릿은 2월 외에도 3, 4, 11월에 연평균 이상이 팔렸으나 캔디는 3월에 팔지 못하면 안 되는 ‘한철 상품’이었다. 또 이른바 ‘빼빼로데이’도 11월 비스킷 매출에 큰 영향을 줬다.

껌은 꾸준히 팔리는 품목이었지만 춘곤증이 몰려오는 4월에 가장 많이 팔렸다. 주류의 경우 소주는 2월에, 맥주는 8월에 많이 팔리지만 소주 판매는 월별 격차가 크지 않았다.

월별 판매지수 격차가 20 이하인 상품들은 연중 꾸준히 팔리는 제품으로 볼 수 있다. 담배와 라면, 커피 등이 이 같은 ‘스테디셀러’에 들어갔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기온이나 날씨, 기념일에 따라 소비자 구매 성향이 크게 변하기 때문에 월별 판매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며 “계절별로 재고를 달리하고 진열할 때도 이 같은 분석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