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대기업 위주로 稅혜택 축소… 거센 저항 부를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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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세硏 ‘비과세-감면 운영방향’ 용역결과 보니

정부가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에 대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함에 따라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납세자들의 실질적인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율 인상 등 직접적인 증세 없이 135조 원의 대선공약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매년 30조 원 안팎을 유지하는 조세감면 규모를 대폭 삭감할 수밖에 없고, 결국 담세력이 큰 계층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26일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용역결과는 사실상 박근혜정부 5년 동안의 비과세·감면 제도 운영방향에 대한 ‘로드맵’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세제 혜택의 축소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법개정을 위해 국회 통과라는 산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추진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조세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투자 및 고용 △연구개발 △근로자 소득공제 △중소기업 △저축지원 등 분야별로 상세한 제도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소득이 높은 사람의 세금 부담이 오히려 적은 ‘소득 역진성’이 있거나 정책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 지원이 중복되는 제도를 없애고 새로운 제도의 신설을 억제해 전체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분야별로는 우선 근로 소득공제 중 인적 추가공제와 특별공제를 현행 ‘소득공제’ 중심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인적 추가공제는 근로장려세제(EITC)·자녀장려세제 등과 중복될 개연성이 높고, 특별공제는 현재 고소득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고액자산가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장기저축성보험, 생계형 저축은 관련 세금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을 위한 조세감면 제도 역시 대거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보전이나 에너지 절약 관련 설비투자에 대한 공제 혜택은 현실적으로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만큼 세액공제율을 낮춰야 한다고 봤다. 정부가 비과세·감면을 대거 축소하려는 배경에는 국정과제 재원을 마련한다는 1차적인 목표가 있지만, 특정 산업과 계층에 대한 세제혜택이 오래 지속되면서 재정에 항구적인 부담이 돼 왔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기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는 무려 18차례나 일몰이 연장됐고, 농림어업 분야도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5%밖에 안 되지만 비과세·감면 혜택은 전체의 17%나 차지하는 등 비정상적인 제도 운용이 계속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에 필수적인 일부 제도를 제외한 나머지 조항은 원칙적으로 폐지, 축소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에 주는 세제지원도 점차 금융이나 예산지원, 공정거래 제도의 강화 등 다른 방식의 지원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의지가 현실화될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세제 혜택을 받아온 수혜자들의 강력한 저항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농어민이나 중소기업의 세제 혜택을 줄이는 것 역시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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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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