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권모 씨(35)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말부터 일본 펀드에 가입할지를 고민했다. 일본이 최근 몇 년 동안 주가가 하락한 터라 처음 몇 달은 망설였고, 그 사이 일본 증시는 급등했다. 권 씨는 지난달 중순 일본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이 50%에 이른다는 뉴스를 보고는 일본 주식형 펀드에 드디어 가입했다. 하지만 그때가 정점이었다. ‘아베노믹스’가 흔들리면서 권 씨가 가입한 펀드는 현재 ―16%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권 씨는 “재고 망설이다 상투를 잡았다”고 한탄했다.
급등했던 일본 증시가 최근 한 달 새 주저앉으면서 일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 증시가 15,000엔대로 정점을 찍었던 지난달 중순 뒤늦게 일본 펀드에 투자한 이들은 한 달 만에 원금의 10분의 1가량을 손해 봤다. 아베노믹스가 미국의 조기 출구전략 등으로 흔들리면서 ‘아베노리스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 달 새 일본 펀드 수익률 반토막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으로 설정액 10억 원 이상 40개 주식형 일본 펀드는 1개월 수익률이 평균 ―13.68%로 집계됐다. 6개월 수익률은 아직 20∼30%대지만 한 달 전만 해도 50%였던 것에 비하면 반 토막 난 셈이다.
지난해 11월 19일 9,153.20엔이던 닛케이평균주가는 일본은행이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는 등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올해 5월 22일 15,627.26엔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엔화 약세를 통해 일본 경제의 부활을 꿈꿨던 아베노믹스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는 바로 급락하기 시작해 이날까지 16% 넘게 빠졌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끝은 재정압박, 장기금리 급등, 주가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총 5300억 원 규모인 일본 펀드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700억 원이 순유입됐으며 이 중 4월 이후 투자한 이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일본 증시 향방은
아베노믹스가 이대로 좌초할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알렉스 트레비스 피델리티자산운용 일본주식부문 대표는 이날 보고서에서 “아베 총리의 세 화살이 단기적 투자심리를 바꾸었고, 일본 기업의 기초 체력도 긍정적”이라며 “일본 주식시장이 아베 총리의 정책들에 계속 반응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자생적으로 일본 경제가 좋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융정책은 성공하지 못했고 재정정책도 구체적이지 못해 실망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일본 펀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당분간 아베 정부의 다른 부양책이 나오기 전까진 펀드 가입보다는 관망의 자세를 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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