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끄고 물 아끼고 반팔 근무 ‘에너지 절약 전쟁’

  • 동아일보

■ 전력 보릿고개 앞두고 자린고비된 기업들

“에너지 절감은 생존의 문제다.”

지난달 23일에 이어 3일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수급경보 ‘준비’(예비전력 400만 kW 이상 500만 kW 미만) 단계가 다시 발령됐다. 전력 공급 위기는 올여름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력난이 심각해지면서 기업들도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에너지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효율화는 이미 단순한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을 넘어서 생존을 위한 필수 역량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의 에너지 절감 방안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폐열 에너지를 재활용하거나 에너지가 다량 사용되는 공정을 개선해 수백억 원의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끼려고 조명 끄기, 물 아끼기, 반팔 옷 입기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에너지 남용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정보기술(IT) 시스템에 과감히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폐열을 회수하라”

정유, 화학, 철강 등 장치산업은 워낙 설비 규모가 커 사용하는 에너지양도 막대하다. 그래서 버려지는 폐열을 회수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절감 효과가 상당하다.

LG화학의 충남 대산공장은 100도 미만의 폐열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나프타 분해공장(NCC)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보통 100도 이상의 폐열은 스팀 생산에 쉽게 활용할 수 있지만 100도 미만의 폐열은 열량도 적고 마땅히 쓸 데가 없었다. LG화학은 그동안 강제 냉각하던 저온 폐열을 재활용함으로써 연간 150억 원을 줄였다. 이 기술은 지난해 8월 특허로도 등록됐다.

포스코는 전 세계 철강업체 중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회사로 꼽힌다. 이 회사의 포항·광양제철소에서는 철강을 만들 때 발생하는 가스 대부분을 모아 각종 가열 공정과 자가 발전에 쓰고 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전체 전기 사용량의 70%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은 지난해 한 직원이 제안한 ‘폐열 회수 및 활용 방안’을 적용해 큰 효과를 봤다. 정유공장에서 발생하는 열을 인위적으로 식히는 대신 열 교환기를 설치해 원료의 온도를 높이는 데 활용하면서 한 해 수십억 원을 아끼게 된 것이다.

○ IT의 힘을 빌리다

에너지 절감은 최근 IT의 힘이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SK C&C는 2011년 SK이노베이션 산하 계열사들(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의 각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온실가스·에너지 관리시스템(GEMS)’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기존 생산정보시스템(OIS)과 연동해 하루 단위로 에너지 사용량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에너지 관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게 됐다”며 “에너지 관리 고도화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IT 기반 에너지서비스기업(ESCO)’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각 공정에 투입되는 스팀 사용량을 초 단위로 파악해 공급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스팀관리정보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을 전남 여수공장에 적용하면 스팀에너지 사용량의 5.3%를 절감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 너도 나도 에너지 캠페인

현대·기아자동차는 과거 7, 8월에만 시행했던 하절기 복장 착용기간을 지난해 3개월로 늘린 데 이어 올해는 6∼9월 4개월로 다시 확대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도입한 ‘전 임직원 및 가족들이 참여하는 절전 캠페인’을 올해도 시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장에서는 5%, 사무실은 10%, 가정은 15%의 에너지 절감을 목표치로 내세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 직원 정시퇴근 생활화’ ‘절전 콘테스트 시행’ 등 각 사업장과 사옥, 주유소 및 충전소에서 실천 가능한 50대 과제를 선정하고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캠페인이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는 곳은 유통업계다.

이마트는 지난주부터 146개 이마트 전 매장에서 매장 냉방온도를 26도로 유지하는 대신 고객들에게 ‘절전합시다’란 문구가 적힌 캠페인 안내 부채를 나눠주고 있다. 아이파크백화점은 6∼8월 백화점 입주 업체들 중 지난해 여름 대비 가장 많은 전기료를 절감한 업체에 포상금을 주는 ‘에너지 자린고비’ 선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창덕·김범석 기자 drake007@donga.com
#기업#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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