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대래 공정위원장, 대기업 향해 강력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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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中企에 덤핑 강요하고 있다는 제보 많다”
“담합땐 법인뿐아니라 임원도 고발… 재벌 3, 4세들 기업가 정신 갖춰야”

“요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덤핑을 강요하고 있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57·사진)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최근 대기업들이 기존 그룹 내부거래 물량을 외부에 공개하고, 입찰에 부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들끼리 심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해 납품가격을 깎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노 위원장은 31일 한국공정경쟁연합회 주최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새 정부 공정거래 정책 간담회’에서 연합회 회원사인 주요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임원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노 위원장은 “입찰을 반복하며 가격을 깎는 행위는 국민들을 더 화나게 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격담합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노 위원장은 “기업을 고발해봐야 벌금 몇 푼만 내고 끝나기 때문에 담합이 적발되면 개인(임원 등)까지 고발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공약인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한 재계의 반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기업의 인수합병(M&A) 자금이 부족해져 외국인들이 국내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 과정에서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며 “그러나 최근 5년간 대형 M&A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근거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노 위원장은 “컨소시엄, 증자, 차입매수(LBO·인수할 기업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금융기법) 등 순환출자 없이도 자금을 마련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오히려 M&A에 성공하고 난 뒤 경영권을 방어하려고 순환출자 고리를 만드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재벌 3, 4세들이 ‘기업가 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 자주 가던 재벌 1세들은 막걸리를 나눠 마시면서 ‘고용안정’ 등을 스스로 외칠 정도로 국민들과 거리가 없었다”면서 “재벌 3, 4세들은 골목상권 등 기존에 있는 시장에만 침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경제 전체로 보면 이런 행위 때문에 임금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축소되면서 중산층이 몰락하는 것”이라며 “재벌 3, 4세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서 공정한 경쟁을 해준다면 국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노대래#공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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