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삼성자산운용 본사에서 송충현 기자(왼쪽)가 좋은 펀드 고르는 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증권사에 다니면 재테크가 먼저 보이고, 언론사에 다니면 기삿거리가 먼저 보이는 게 당연한가 봅니다. 증권사 직원인 제 친구는 저만 보면 나무랍니다. “넌 왜 펀드 가입 안 해? 재테크 하려면 펀드도 하나 들어야지.” ‘기사 찾기도 바쁜 마당에 웬 펀드?’ 총각 시절엔 한 귀로 흘려듣던 이 권고가 결혼을 한 뒤엔 어느 순간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언젠간 아이가 태어날 테니 재테크 상품을 뭐라도 하나 가입해야 할 텐데…. 》
하지만 제 ‘얇은 귀’가 걱정이었습니다. 평소 성격상 창구 직원이 추천하는 펀드를 아무 생각 없이 덜컥 가입할 게 불 보듯 뻔했습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서 일하는 형과 친구를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펀드의 종류와 특성은 인터넷을 잠시만 검색해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대로만 된다면 누가 재테크로 돈을 잃겠습니까. 좋은 펀드를 고르기 위해선 금융회사가 가르쳐주지 않는, 하지만 사전에 꼭 알고는 있어야 하는 ‘팁’을 귀띔해 달라 했습니다.
그들이 가장 먼저 강조한 건 ‘좋은 창구 직원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펀드는 자산운용사에서 상품을 운용하고 은행, 증권사가 판매합니다. 판매사 창구 직원은 투자자에게 펀드의 종류를 제안하고 가입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죠.
문제는 은행과 증권사의 창구 직원은 펀드 말고도 적금, 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일부 직원은 직원에게 떨어지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팔거나 펀드의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파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추천하는 펀드에 대해 직원이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는 어떻게 확인할까요.
펀드를 알아보러 왔다고 하면 창구 직원이 추천 펀드 목록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때 이 펀드의 운용 매니저가 총 몇 번 바뀌었는지, 그리고 6개월 전과 1년 전의 수익률이 얼마였는지 물어보세요. 이를 모르고 있다면 펀드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는 의미겠지요.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는 “매니저 변경이 적다는 건 그만큼 펀드 운용이 안정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니저 변경 횟수는 펀드의 미래 수익률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판매하는 사람이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수익률도 중요합니다. 창구 직원이 추천하는 펀드는 대부분 현재 수익률이 괜찮은 상품입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가 근래에 잠깐 수익률이 개선됐다면 이 수익률이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꾸준히 괜찮은 수익을 올린 펀드가 좋다는 말입니다.
올해 초 창구에서 상담을 받아 보는 내용의 기사 때문에 증권사 지점을 돌아다닌 일이 있습니다. 당시 “컴퓨터가 고장 났다”는 둥 여러 이유를 대며 과거 수익률을 알려주지 않는 창구 직원이 많아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펀드 규모도 고려해야 합니다. 소규모 펀드는 자산의 구성이 다양하지 않아 분산투자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1년이 지난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50억 원 미만인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투자자 동의를 얻지 않고 강제 청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투자를 그만두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목표 수익률을 정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들어가는 시기뿐 아니라 나오는 시기가 잘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환매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예금에 우선 넣어둬야겠지요. 그럼 CMA 수익도 노릴 수 있고 시장이 가라앉을 때 목돈을 넣어 상승기에 초과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답니다. 증권사 직원 중에선 펀드 가입액이 본인 실적과 연계되므로 시황이나 수익률에 상관없이 펀드에 돈을 계속 넣어두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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