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임원급 연구위원 된 첫 학사 출신 장영래 씨

  • 동아일보

“간판보다 일이 좋아… 특허출원만 80개”

기술연구소의 선후배 중엔 박사가 즐비하다. 해외 유명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도 있다. 그에겐 흔한 석사 학위도 없다.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낸 적도 없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포함된 특허출원서는 80개나 된다.

LG화학의 첫 학사 출신이자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 연구위원이 된 장영래 부장(45·사진) 얘기다.

LG화학은 28일 장 부장과 김종걸 최용진 부장(이상 CRD연구소), 고동현 부장(석유화학연구소), 송헌식 박문수 부장(정보전자소재연구소) 등 6명을 신임 연구위원으로 선임했다. 이 회사는 2008년부터 우수한 연구개발(R&D) 인력을 연구위원으로 선발해 임원급 대우를 하고 있다.

LG화학의 연구위원은 이날 선임된 6명을 포함해 총 25명이다. 박사가 23명이고 석사와 학사가 각각 1명이다. 장 부장은 유일한 학사 학위 소지자다.

대기업들은 R&D 인력을 대부분 석·박사급으로 충원한다. 또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입사한 연구원들은 회사 지원을 받아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받는 사례가 많다. 장 부장도 이런 기회가 있었지만 회사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간판보다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학위를 받기 위해 대학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회사에서도 공부는 늘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사 초기 고분자 합성 연구를 맡았던 그는 1997년 디스플레이 표면용 코팅필름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광학용 코팅필름 제조의 핵심기술과 TV 편광판용 눈부심 방지 필름 개발 등에도 기여했다. 그는 1995년과 2004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하는 ‘장영실상’을 받았다.

혹시 학사 출신이라는 점이 연구 활동에 장애가 되진 않았을까.

“회사는 실력으로 평가하는 곳이잖아요. 동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이번 승진도 제가 회사에 기여한 부분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요.”

장 부장은 KAIST가 처음 신입생을 뽑았던 1986년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1989년 8월 조기졸업 후 선택한 곳이 럭키화학(현 LG화학) 기술연구소였다. 같은 과 동기생이었던 남편은 학교에 남아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남편은 현재 한국해양대 교수로 있다.

“기업 연구소에 있다 보면 한정된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있어요.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다 보면 남편처럼 교수가 됐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보죠. 그래도 후회는 안 해요. 학교보다는 기업이 훨씬 역동적이잖아요?”(웃음)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LG화학#장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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