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출신 ‘세탁기 박사’ LG전자 사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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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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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4개 계열사 인사… 주요그룹 연말 인사 스타트
35년 한우물 조성진 사장 ‘고졸 신화’

35년간 세탁기 분야 한우물을 판 끝에 LG전자 HA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한 조성진 사장. LG그룹 제공
35년간 세탁기 분야 한우물을 판 끝에 LG전자 HA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한 조성진 사장. LG그룹 제공
고졸 출신으로 35년간 한우물을 판 세탁기 전문가가 LG전자의 가전사업을 총괄하는 사장 자리에 올랐다. 또 LG전자는 승진이 쉽지 않은 연구원 가운데 처음으로 부사장급 임원을 배출했고 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 시장 1위인 LG생활건강에서는 LG그룹 사상 첫 공채 출신 여성 전무가 탄생했다.

LG그룹은 28일 이 같은 내용의 LG전자 LG실트론 LG생활건강 LG상사 등 4개 계열사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LG화학 LG유플러스 등 나머지 회사는 29일 인사를 실시한다. LG를 시작으로 주요 그룹의 연말 정기인사 시즌이 시작됐다. 삼성그룹은 이르면 다음 달 5일,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은 다음 달 말 임원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LG그룹 계열 4개사 인사의 특징은 승진이 51명으로 작년(55명)보다 줄었지만 성과가 탁월한 임원을 발탁 승진시켜 불황을 극복할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세계시장 1위를 독려하는 성과주의와 연구개발(R&D) 강화가 이번 인사의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LG전자 조성진 사장이다.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에서 이번에 승진해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사업을 총괄하는 HA사업본부장에 선임됐다. 용산공고를 나와 1976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뒤 35년 동안 세탁기만 파고든 그는 드럼세탁기의 모터와 빨래통의 회전축을 일치시키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국내 세탁기 보급률이 1%에도 못 미치는 불모지에서 사업을 시작한 LG전자를 2007년 이후 줄곧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 1위를 지키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신문범 HA사업본부장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중국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신 사장은 HA사업본부장을 맡기 전 4년 넘게 인도법인장을 지내 ‘글로벌 영업통’으로 꼽힌다. 또 LG전자는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북미 모바일 TV 표준화를 주도한 곽국연 수석연구위원을 그룹 내 첫 부사장급으로 승진시켰다.

LG전자 측은 “위기 속에서 남다른 성과를 낸 임원을 과감히 승진시켰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고전했던 MC사업본부에선 전무급 이상 승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LG생활건강의 이정애 생활용품사업부장은 전무로 승진해 그룹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 전무가 됐다. 더페이스샵을 세계 23개국에 진출시킨 김희선 더페이스샵 마케팅부문장도 상무를 달았다.

LG상사에서는 자원개발 및 미래 에너지사업을 주도한 인도네시아 지역총괄 송치호 전무와 투자 프로세스를 정비한 최고재무책임자(CFO) 허성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용석·정진욱 기자 nex@donga.com
#세탁기#고졸#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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