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라면 성수기인 겨울철을 앞두고 라면업계의 ‘2위 싸움’이 뜨겁다. 국내 라면시장에서는 농심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삼양식품이 2위를 지켜 왔다. 하지만 지난해 라면시장을 강타했던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오뚜기가 10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26일 라면업계와 시장조사 전문업체 AC닐슨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라면시장에서 만년 3위였던 오뚜기가 13.1%의 시장점유율(판매수량 기준)을 기록하면서 삼양식품(12.7%)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오뚜기가 국내 라면시장에서 점유율 2위로 올라선 것은 2002년 8월 이후 10년 2개월 만이다.
오뚜기가 삼양식품을 제친 것은 하얀 국물 라면 제품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이 크다. 하얀 국물 라면은 지난해 12월 17.1%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최근에는 2%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하얀 국물 라면 시장에서 ‘나가사끼 짬뽕’이 1위를 차지하며 재미를 봤던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0월 14.1%에서 1년 만에 12.7%로 주저앉았다.
삼양식품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라면 가격 담합 조사 결과 발표 때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과징금을 면제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1위 농심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만큼 마케팅비를 더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가 예상보다 빨리 사라지는 바람에 오히려 2위 자리를 내주며 위기를 맞게 됐다.
‘참깨라면’의 선전도 오뚜기가 2위로 올라서는 데 한몫했다. 오뚜기는 참깨라면이 용기면(컵라면) 시장에서 농심 ‘육개장 사발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자 7월 참깨라면 봉지면 제품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판매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700만 개를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뚜기 측은 10월 순위에서 2위로 올라선 데 대해 “삼양식품과 시장점유율 차가 아직은 크지 않아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농심은 지난달 말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발암물질 검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64.9%)보다 소폭 오른 65.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라면 업계의 최강자임을 재확인했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한국식품안전연구원과 학계가 “농심 라면 수프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의 양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며 재빨리 사태 진화에 나서 준 덕분이다. 농심 관계자는 “직격탄을 맞았던 ‘너구리’ 매출도 평소 때의 80∼90% 수준으로 회복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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