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디자이너 슈라이어 “화가? 車디자인 스트레스 그림으로 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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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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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생애 첫 개인전 “정의선 부회장 지원 덕분”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최고디자인책임자가 19일 갤러리현대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에 있는 작품이 기아차를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그려져 눈길을 끈다. 기아자동차 제공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최고디자인책임자가 19일 갤러리현대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에 있는 작품이 기아차를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그려져 눈길을 끈다. 기아자동차 제공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로 들어선 기아자동차 최고디자인책임자(CDO)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갤러리에 걸린 자신의 작품을 쭉 둘러본 후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날 그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아닌 생애 첫 개인전을 여는 ‘신인 작가’였다.

BMW의 크리스 뱅글, 아우디의 월터 드 실바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그가 자신의 첫 개인전을 한국에서 열게 된 데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2006년부터 기아차에서 일하며 정 부회장과 업무 외의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취미로 그림도 그린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 (정 부회장이) 한국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산업 디자이너가 아닌 인간 피터 슈라이어를 한국인들에게 좀더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그때부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슈라이어 부사장의 개인전에는 유독 비행기와 관련된 회화 작품이 많다. 그는 “어린 시절 집 근처에 작은 비행장이 있었는데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모습에 반했다”며 “비행기나 봅슬레이를 타며 도전을 즐겨 왔다”고 말했다. 그가 비행기를 오브제로 그린 한 작품명은 ‘배짱 없이는 영광도 없다(No guts, no glory)’였다.

본업인 자동차가 등장한 작품은 슈라이어 부사장이 아우디에서 일하던 2000년 선보인 콘셉트카 ‘로즈마이어’가 유일했다. 그는 “자동차를 디자인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그림으로 푸는데 자동차까지 그리라고 하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만 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그래서인지 아내가 결혼할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의 패턴에서 영감을 받은 회화와 딸의 편지를 이어 붙인 콜라주 등 그의 사생활을 담은 작품이 많았다.

7년째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 대한 그의 시선을 읽을 수 있는 작품들도 있었다. 기아차 광주공장을 오가며 찾았던 전남 담양의 조선시대 정원 소쇄원의 대나무 숲에서 영감을 얻은 회화 작품은 슈라이어 부사장의 디자인 철학인 ‘직선의 단순화’를 극대화한 듯 보였다.

최근 기아차에서 선보인 준중형 신차 ‘K3’의 디자인에 대해 묻자 슈라이어 부사장은 “디자이너 슈라이어는 내일부터 존재한다”며 한사코 답변을 피하다 결국 “(K3) 디자인은 세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기아차#슈라이어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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