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 훈춘에 국제물류단지 착공… 北-中접경 첫 교두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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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양-현정은 회장 참석… 2014년 1월부터 운영 시작
남북화해땐 對北사업 활용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북한 나선지구와 접한 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에 대규모 국제물류단지를 조성한다. 동해 출항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발 중인 북-중 접경지역에 한국이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포스코와 현대그룹은 10일 훈춘에서 ‘훈춘포스코현대 국제물류단지’ 착공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은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 정준양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중국은 쑨정차이(孫政才) 지린(吉林) 성 서기, 장안순(張安順) 조선족자치주 서기 등이 참석했다.

물류단지는 훈춘 시 국제합작시범구 내 1.5km²(약 45만 평) 용지에 조성되며 물류 창고와 컨테이너 야적장, 집배송 시설 등이 들어선다. 내년 12월 1차(9만5000평) 준공한 뒤 이듬해 1월 운영을 시작하며 이후 상황에 따라 2, 3기를 추가로 착공해 2019년까지 순차로 개발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2000억 원으로 포스코가 80%를, 현대그룹이 20%를 투입한다.

포스코와 현대는 지린 성과 헤이룽장(黑龍江) 성에서 나온 곡물, 수산물 가공품, 자동차부품, 의류 등을 물류단지에 보관한 뒤 재가공해 중국 동남부 지역으로 운송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장기적으로 연간 1300만 t 규모의 물동량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동북지방의 물류를 나선지구의 나진항을 통해 동해를 거쳐 상하이(上海) 등 남부나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하얼빈(哈爾濱)∼상하이 화물열차는 항상 물동량 적체로 15일 이상 걸리는 반면 나진항을 통해 배로 운송하면 곧바로 출발이 가능해 나흘 만에 닿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나진항에서 90km가량 떨어져 있는 훈춘은 중국의 동해 출항 물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와 현대가 훈춘에 물류단지를 건설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중국의 구상과 연관되어 있다.

포스코와 현대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호전됐을 때는 훈춘 물류기지를 대북사업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포석도 깔고 있다. 현재 나선 일대 개발은 중국이 독점하다시피하고 있어 북한이 개혁 개방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한국이 소외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단순히 물류기지를 짓는 차원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북한 개발에 참여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으면 훈춘 물류기지가 완공되더라도 북한 나진항을 이용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따라서 포스코와 현대그룹은 일정 기간은 러시아 연해주의 자루비노 항을 이용해 물류단지의 화물을 동해로 운반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훈춘=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기업#국제물류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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