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청년실업 5년간 암울… ‘잃어버린 세대’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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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O ‘노동시장’ 보고서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가 향후 5년간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재정위기로 청년실업률이 급증한 유럽지역 국가들 외에 동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등 다른 신흥경제 지역으로도 이 현상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노동기구(ILO)는 4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 고용전망, 절망적인 청년노동시장’ 보고서에서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유럽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동아시아, 중남미도 경기 둔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올해 12.7%인 세계 청년실업률 전망치가 2017년에는 12.9%로 0.2%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중동의 청년실업률 전망치가 올해 26.4%에서 5년 뒤 28.4%로 상승해 노동시장 상황이 가장 빠르게 악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동남아의 청년실업률도 2012년 13.1%에서 2017년에는 14.2%로 높아지고, 한국이 속해 있는 동아시아는 같은 기간 9.5%에서 10.4%로 청년실업률이 급등할 것으로 ILO는 내다봤다.

북미, 서유럽 등 선진경제권의 청년실업률은 올해 17.5%에서 2017년 15.6%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의 12.5%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ILO는 “향후 선진국의 청년실업률 감소는 노동시장의 개선 때문이 아니라 직장을 얻지 못해 낙담한 많은 젊은이들이 아예 구직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겉으로 나타나는 지표와 실제 실업률 간에 심각한 착시 현상이 있을 것이란 뜻이다.

또 ILO는 “파트타임(임시직) 비율도 청년층이 전체 평균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회복 기간이 길어지면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LO는 이 같은 청년층의 고용둔화 현상이 각국의 성장률과 수출 둔화, 재정 적자 등 전반적인 경제상황의 악화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ILO는 “청년실업률이 높은 몇몇 나라의 경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오랫동안 잡지 못해 낙담하거나 니트(NEET·직장도 없고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안 받는 실업자)족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보고서는 향후 세계 경제가 또다시 깊은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각국 정부가 청년실업률 억제를 위한 긴급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록 경기가 반짝 상승하더라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성장만으로는 충분한 일자리가 담보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ILO는 “각국 정부가 친(親)고용 성장과 고용시장의 회복을 위해 즉각적이고 목표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청년들을 위한 취업 기회와 훈련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이 라이더 ILO 차기 사무총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세계 청년실업 문제로 ‘잃어버린 세대’가 나타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각 나라 정부가 뚜렷한 목표를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으면 이로 인해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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