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반격카드 “애플도 소니 디자인 벤치마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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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허 본안소송 31일 美서 시작… 배심원 설득 ‘여론戰’

삼성전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30일(현지 시간) 시작되는 애플과의 특허 침해 본안소송에서 “애플도 다른 회사의 디자인을 참조하지 않았느냐”는 증거를 제출하고 반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법원에서 열리는 이번 재판은 지난해 4월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자사의 디자인 권리를 침해했다며 제소한 이후 9개국에서 1년 반 가까이 진행되던 두 회사 특허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안소송에서는 가처분소송과 달리 양사의 주장에 대한 최종적 판결이 나오기 때문이다.

새너제이가 애플의 홈구장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재판의 성패가 결국 9인의 배심원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라는 ‘여론전’에 달려 있다고 보고 치열하게 변론을 준비해 왔다.

삼성전자는 “아이폰, 아이패드 디자인도 ‘하늘에서 떨어진’ 혁신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타사의 제품을 참조해 만들었고, 전자업계에서 타사 제품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점을 반격 포인트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2006년 소니의 디자인 콘셉트를 참고해 아이폰을 만들었다는 증거를 최근 미국 법원에 제출했다. 소니의 디자이너 유진 모리사와 씨는 2006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모서리가 둥그스레하고 뒷면이 부드러우며 버튼을 없앤 스마트폰 콘셉트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의 토니 퍼델 부사장은 이런 인터뷰 내용을 스티브 잡스 당시 최고경영자(CEO)와 수석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에게 전달했고 이는 아이폰 디자인의 원형이 됐다. 애플은 심지어 내부 컴퓨터설계(CAD) 도면에 ‘소니’란 이름을 새겨 넣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은 애플이 소니 등 다른 경쟁자들로부터 차용한 디자인이며 이는 누구나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공공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또 갤럭시탭 시리즈가 애플의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9일 영국 고등법원의 판결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애플은 ‘약간 둥근 모서리’, ‘장식 없는 투명한 평면 표면’, ‘얇기’ 등 삼성전자 태블릿PC의 요소가 애플의 디자인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영국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미국에서의 재판이라고 해서 꼭 삼성전자에 불리하지는 않다는 주장도 있다. 특허법인 아주양헌 이창훈 미국변호사는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는 소송이기 때문에 배심원들도 최대한 공정하게 판결을 내리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구글 및 이동통신사들의 물밑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대표주자인 삼성이 이번 특허전에서 지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미국 통신사들도 심정적으로 삼성전자 편이다. 이동통신사의 요청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 데다 통신사에 낮은 마진율을 강요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통신사 요청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을 넣고 맞춤형으로 디자인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신사업자 스프린트는 최근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본안소송에 이르기까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두 회사가 막판 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소송에 정통한 전자업계 전문가는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데다 서로 요구하는 로열티 차이도 커 당장 합의는 어렵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유·불리가 확연해지면 한쪽이 양보해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삼성-애플#특허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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