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에 선임된 뒤 한 달이 지나도록 몸을 낮추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던 최지성 부회장(사진)이 최근 “위기를 맞아 분위기를 다잡자”는 발언을 쏟아냈다.
5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최 실장은 2일 취임 후 첫 미래전략실 월례조회에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이익구조가 스마트폰에 집중돼 과거 휴대전화-반도체-가전으로 이뤄진 ‘황금분할’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가 놀랄 만한 영업실적을 내고 있지만 그 구조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또 환율 등 외부 경영환경이 그룹의 두 축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모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원화가치 하락으로 미래성장사업을 찾기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어려움이 생기는 등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최 부회장은 특히 올해 3월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출근시간을 오전 6시 30분경으로 전보다 한 시간쯤 앞당긴 점을 언급하며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회장이 출근시간을 앞당긴 이유를 잘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파격적인 발언으로 혁신을 주도한 1993년 신경영 선언 때와 달리 이번에는 말없이 자신의 출근시간을 앞당기며 조직의 긴장과 변화를 주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이 계열사에 경영지침을 내리거나 지시하는 곳은 아니지만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전 계열사의 일류화를 달성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본격적으로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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