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반도체 기술 개발… “트랜지스터 발명에 맞먹는 혁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9일 03시 00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박성준 전문연구원(오른쪽)과 정현종 전문연구원이 그래핀 구조
모형과 웨이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박성준 전문연구원(오른쪽)과 정현종 전문연구원이 그래핀 구조 모형과 웨이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개발한 그래핀 소재 관련 기술은 반도체 역사에 있어 1904년 다이오드 개발, 1947년 트랜지스터 발명에 맞먹을 정도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반도체 기술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번 기술 개발로 앞으로 10년 내에 지금보다 100배 빠른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한계에 이른 것으로 얘기되던 반도체의 속도 경쟁도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 상용화 가능성에 주목

특히 삼성전자의 이번 기술 개발은 상용화 가능성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오랫동안 차세대 신소재로 주목받으며 각국에서 연구가 진행돼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로 디스플레이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방법만 발표됐다. 반도체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는 기업보다는 대학이나 전문 연구기관을 통해 주로 진행됐다. 그래핀을 이용해 반도체를 만드는 것은 너무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삼성전자의 기술 개발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상용화를 목표로 진행한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늦어도 2020년경이면 그래핀을 이용한 반도체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넘어설 기술

이번 기술 개발은 반도체 산업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 반도체 산업에서 반도체의 성능이 높아진다는 건 같은 면적 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존 방식으로 트랜지스터의 집적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생겼다. 기존 반도체의 재료로 쓰이는 실리콘이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 이하로 줄어들면 물리적 간섭으로 인해 반도체의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의 집적도는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나, ‘메모리반도체의 용량은 12개월마다 갑절로 늘어난다’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황의 법칙’도 최근 모두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래핀은 전기를 통하는 성질이 실리콘보다 뛰어나 똑같은 집적도라고 해도 더 빠른 반도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반면 그래핀은 모래에 가까운 실리콘과 달리 금속과 성질이 더 비슷해 전류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다. 반도체는 전류가 흐를 때와 흐르지 않을 때를 구분해야 하는데 이런 성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그래핀과 실리콘을 하나로 붙여 두 소재의 장점을 모두 활용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래핀에 실리콘을 붙여 일종의 ‘장벽’을 만든 뒤 이 장벽의 높이를 조절해 전류가 통하거나, 통하지 못하게 했다. 이번에 개발한 소자에 붙인 ‘배리스터(Barristor)’라는 명칭은 장벽(Barrier)을 직접 조절한다는 의미다. 기존 반도체 생산 공정을 큰 추가 비용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번 기술 개발에 참여한 박성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그래핀 반도체에 대한 연구를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지금까지는 골인 지점은 있지만 코스가 없었는데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코스를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래핀 ::

탄소원자들이 육각형 벌집 구조로 결합된 신소재로 두께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도 안 되지만 강도는 같은 두께 강철의 200배에 이른다. 차세대 반도체와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미래의 전자제품에 다양하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삼성#반도체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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