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솔로몬-한국, PF대출로 몸집 키웠다가 ‘부메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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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 왜 이지경됐나

3차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이번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제와 자기자본이 잠식될 정도의 영업부실이 화근이 됐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총 20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고, 특히 1위인 솔로몬을 포함해 업계 1∼5위의 대형 저축은행이 모두 문을 닫게 된 것은 충격적이다.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대출로 몸집을 키웠다가 ‘부실의 부메랑’을 맞았다. 지난해 말 현재 솔로몬저축은행의 PF 대출 3270억 원 중 정상으로 분류된 것은 고작 810억 원에 불과했다. 제때 이자를 받지 못한 PF 대출은 36%에 이르렀다. 한국저축은행 역시 1825억 원의 PF 대출 가운데 531억 원만 정상 채권으로 분류됐다.

부동산 PF는 한때 저축은행 업계의 ‘캐시 카우(Cash Cow)’로 불렸다. 부동산 시행사에 PF로 돈을 빌려주면 연 10%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저축은행들은 이 수익을 토대로 시중은행을 능가하는 고금리를 보장하며 예금자들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PF 대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고 부도나는 시행사가 속출하면서 수천억 원의 대출자산이 반 토막이 나거나 심한 경우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한 시중은행장은 일부 저축은행의 고속 성장과 몰락을 “얕은 물에 사는 물고기가 고래가 되려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의 덫에 갇히게 된 데는 PF 대출의 위험성을 제때 경고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많다.

미래저축은행과 한주저축은행은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부실을 숨기고 있다가 들통 났다. 미래저축은행은 2010년 6월 말 현재 자기자본이 931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검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2165억 원으로 잠식 상태였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같은 기간 9.34%에서 ―16.20%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이 1조7594억 원인 미래저축은행은 2011년 말 현재 부채가 자산보다 3177억 원이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충남 연기군에 있는 한주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이 1502억 원에 불과한 소규모 저축은행이다. 하지만 부채는 자산보다 616억 원이나 많았다. 이 은행은 BIS 비율이 ―37.32%로 나타나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정받았다. 이 은행은 2010년 6월 말 자기자본이 41억 원이라고 했지만 금감원 검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470억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이자가 있으면 추가 대출을 해서 부실여신을 건전한 것처럼 위장해 놓거나 실제론 동일인에게 대출했으면서도 다른 사람한테 빌려준 것처럼 꾸며 놓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한편 4개 저축은행 예금자들에게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예금을 대신 내주게 됨에 따라 국민 세금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예보는 지난해 영업정지된 16개 저축은행 예금자들에게 1인당 5000만 원까지의 원리금을 지급하는 바람에 사상 처음 적자를 내 11조6000여억 원을 빌려야 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저축은행 영업정지#금융#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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