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삼성SDI 사장 “삼성 마케팅 성공비결은 연애처럼 밀고 당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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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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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삼성SDI 사장 대학생 특강“고품질 소량제품 브랜드가치 높여”

“다들 연애 한 번쯤은 해보셨죠?”

27일 저녁 충남 천안시 성환읍 남서울대 성암문화체육관. 단상에 선 박상진 삼성SDI 사장(사진)이 다소 의외의 질문을 던지자 객석의 대학생들은 순간 웅성거렸다. 박 사장은 “남자가 좋다고 따라다닐 때 바로 눈 맞춰 주면 좋아할 것 같은가요? 사실 안 좋아해요. 살짝 튕겨줘야 더 애가 탑니다. 그렇다고 끝까지 무시하면 남자들은 아주 싫어하죠”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은 삼성의 대학생 커뮤니티인 영삼성이 주최하는 토크콘서트 ‘열정락(樂)서’ 시즌2의 두 번째 시간. 박 사장은 충남지역 대학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과거 삼성전자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지내며 삼성 최초로 브랜드 전략을 세운 인물이다. 회사 내에서 ‘브랜드 마케팅 프런티어’라는 별칭으로 통할 정도다. 이런 그가 느닷없이 연애를 화두로 꺼낸 것은 ‘마케팅과 연애는 공통점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박 사장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도 연애와 마찬가지로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해야 성공한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너무 많이 팔려고 하다 보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므로, 조금 값어치 있게 포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박 사장은 “사람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이유도 그 브랜드가 지닌 희소성 때문”이라며 “예전에 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브랜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삼성도 품질 좋은 제품을 적게 제작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겠다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초 삼성전자 해외법인에서 일할 당시 외국 바이어와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사업 아이템을 확실하게 숙지하고 회의 자리에 갔지만, 정작 사업 이야기는 마지막 10분 정도만 짧게 하더라는 것.

박 사장은 이후 미식축구, 야구, 음식 등 외국 바이어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파고들기로 마음먹었다. 느끼한 서양음식을 싫어했지만 조개관자요리를 6개월 내내 먹을 정도의 오기도 부렸다. 박 사장은 “마케팅은 상품, 서비스를 파는 것이지만 사실은 마음과 마음 사이에 길을 내는 작업”이라며 “사업 이전에 상대와 친구가 돼야 정말 중요한 순간에 ‘한 칼’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최근 ‘거족거이(巨足巨耳)’라는 말을 즐겨 쓴다고 소개했다. ‘많이 걷고 많이 듣자’는 의미로 박 사장이 직접 만든 말이다. 그는 “입사 이후부터 진짜 인생의 마라톤이 시작된다”며 “호기심을 갖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시간 계획을 벌집처럼 촘촘히 짜라”고 힘줘 말했다.

천안=박창규 기자 kyu@donga.com
#기업#박상진#삼성#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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