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서 첫 등장… 복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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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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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대 로마시대부터 일반화… 조선후기 ‘산통계’ 국내복권 기원

복권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학자들은 복권과 비슷한 방식의 추첨 게임이 이뤄진 유물을 근거로 고대 이집트 시대에 처음 복권이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양에서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복권이 일반화됐다.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복권 판매와 경품 추첨행사 등을 통해 로마의 복구자금을 마련했고, 폭군으로 유명한 로마 황제 네로도 복권 형태의 추첨행사를 즐겼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100년경 중국의 진나라에서 ‘키노’라는 복권게임이 국가적으로 시행됐다. 키노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만리장성 건립과 국방비 등에 사용됐다.

우리나라 복권의 기원은 조선 후기 유행했던 산통계(算筒契)에서 찾을 수 있다. 이름이나 숫자 등을 적은 알을 통에 넣어 흔든 뒤 밖으로 빠져나온 알에 따라 당첨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광복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복권은 1947년 12월에 나온 ‘올림픽 후원권’이다. 이듬해 제14회 런던 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당 100원에 140만 장을 발행했다. 1등 당첨금은 100만 원으로 총 21명이 우리나라 1호 복권 당첨금을 타갔다.

이후 복권은 가난한 정부가 경제 개발을 위한 자금이 필요할 때 수시로 발행됐다. 1949년 이재민 구호자금을 위해 발행된 후생복표가 대표적이다. 1950년에는 재정자금을 만들기 위해 애국복권이 등장했고 산업박람회 복표(1962년), 무역박람회 복표(1968년) 등 특정 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복권이 뒤를 이었다.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꾸준히 발행되는 복권은 1969년 9월 한국주택은행이 발행한 주택복권이 도입되면서 등장했다. 당시 한국주택은행은 무주택 군경 유가족과 국가유공자, 베트남전쟁 파병 장병들의 주택 마련을 위해 주택복권을 발매했다. 주택복권은 월 1회 50만 장씩 장당 100원으로 처음에는 서울에서만 판매됐다. 서울의 집값이 약 200만 원이었던 1970년대 1등 당첨금 300만 원의 주택복권은 지금의 ‘로또복권’이나 ‘연금복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1990년대에는 동전으로 긁어 그 자리에서 바로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즉석복권이 인기를 끌었다. 대전국제무역박람회 개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1990년 9월부터 3년간 발행된 엑스포복권이 첫 즉석복권이다. 체육복권, 기술복권, 복지복권 등이 그 뒤를 이으면서 1995년 전체 복권시장의 66%를 즉석복권이 차지했다.

복권의 인기가 높아지자 각종 복권기관이 난립하는 가운데 판매도 되지 않고 곧바로 폐기되는 복권도 나타났다. 2000년대 초까지 사라진 복권만 체육복권(1990년) 기술복권(1993년) 복지복권(1994년) 기업복권(1995년) 자치복권(1995년) 관광복권(1995년) 녹색복권(1999년) 플러스복권(2001년) 엔젤복권(2001년) 등 9종에 달했다.

복권의 종류가 크게 늘자 정부는 구조조정에 나서 2004년 복권 및 복권기금법을 시행해 복권 발행기관을 복권위원회로 단일화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는 총 12종의 복권이 발행되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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