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가 애물단지?… 삼성, 지분매각 부진에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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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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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 주식’이 주식 장외시장에서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을 19.34%,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7.21% 보유하는 등 삼성그룹의 출자구조에서 가장 상위에 위치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팔려고 인수자를 애타게 찾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 지분 8.64%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는 4월 26일까지 에버랜드 지분 3.64%를 처분해야 하지만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삼성카드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4월 26일까지 에버랜드 보유 지분을 5% 이내로 낮춰야 한다. 2007년 개정된 금산법은 금융회사가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매각 주간사회사로 JP모건과 골드만삭스,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인수의향자를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지만 성과는 거의 없는 상태다. JP모건 관계자는 “기관투자가와 사모펀드를 폭넓게 접촉하고 있지만 에버랜드의 기업공개(IPO) 계획이 잡혀 있지 않은 문제 등 불확실성이 높아 관심이 적은 상태”라며 “인수 후보군조차 없어 가격을 협의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에버랜드가 비상장기업으로 환금성이 뛰어나지 않은 데다 상장 시점도 불확실해 잠재적 인수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간 배당을 별로 하지 않은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2010사업연도 결산 때 주당 5000원(총 125억 원)을 배당한 것이 2000년 이후 처음 실시한 배당이었다.

때마침 에버랜드 주식을 처분하려는 한국장학재단 역시 매각을 앞두고 ‘흥행 부진’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장학재단은 지난달 최고 가격을 제시하는 투자자에게 주식을 파는 경쟁 입찰 방식으로 에버랜드 지분 4.25%를 매각하는 공고를 내고, 이달 8, 9일 이틀간 인수의향서를 받을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2006년 80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을 발표하면서 에버랜드 지분 4.25%를 교육과학기술부에 기부했고, 이 지분은 2010년 장학사업용으로 한국장학재단에 넘어갔다.

에버랜드 지분은 최근 선대 회장 상속을 둘러싼 ‘범삼성가의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기관투자가보다는 장기투자를 원하는 일부 자산가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이라는 브랜드 때문에 관심을 보이지만, 기관들은 당장 에버랜드의 기업가치가 올라갈지를 신중하게 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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