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1886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나온 해이다. 이전까지도 바퀴를 단 숱한 이동수단이 나왔지만 엔진을 만나면서 진정한 의미의 자동차가 탄생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동차에는 2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 이 부품들이 하나하나 맞물려 도로 위를 달려 나가는 제품이 자동차다. 자동차를 제조업의 ‘꽃’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자동차의 수많은 부품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천이 바로 엔진이다. 그래서 엔진은 ‘자동차의 심장’에 비유된다. 연료를 분사해 생기는 폭발력으로 피스톤이 위아래로 반복해 움직이고, 이를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크랭크축이 기관을 돌리면 비로소 엔진은 울부짖는다. 이 복잡한 과정을 위해 엔진은 존재한다. 운전자는 그저 시동을 걸고 변속기를 주행 모드에 맞춘 뒤 가속페달을 밟을 뿐이다. 126년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사에서 제조업체들은 숱한 엔진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자동차 제조기술이 정점에 달한 지금, 각 업체들을 대표하는 엔진은 자동차회사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지위에 도달했다. 완성도가 높은 엔진 하나로 다양한 차종을 생산해내는 것이 오늘날 자동차회사의 가장 큰 과제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대표 엔진을 살펴보며 이들의 특성을 비교했다.
(왼쪽)현대차 1.6 감마 엔진(오른쪽)폴크스바겐 2.0 터보디젤(TDI) 엔진 ○ 잘 만든 엔진 하나로 판매량 ‘UP’
엔진의 발전이 자동차회사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사례를 통해 한번에 알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1.6L급 가솔린 직분사식(GDi) 감마 엔진은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NAIAS)에서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한 ‘2012년 10대 최고 엔진’에 선정됐다.
1.6 감마 엔진은 현대·기아차의 전체 판매량 중 가장 많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소형 엔진이다. 최고 출력은 140마력으로 동급 엔진에 비해 효율이 높다. 주력 차종인 아반떼와 포르테를 비롯해 엑센트, 벨로스터, 쏘울, 프라이드 등 다양한 차종에 활용되고 있다. 1.6 감마 엔진의 개발에 힘입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순위 5위에 올랐다.
지난해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순위 2위(합자법인 집계 제외 시 1위)에 오른 폴크스바겐그룹의 2.0 터보디젤(TDI) 엔진은 그룹 전체의 ‘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엔진은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골프’ ‘제타’ 등 주력 차종은 물론이고 그룹 계열 브랜드인 아우디 ‘A4’ 등 다양한 차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낮은 배기량에도 3L급 가솔린 엔진과 맞먹는 가속능력을 보여준다. 미국 포드자동차도 고효율 엔진인 ‘에코부스트’를 탑재한 신차를 선보이며 미국 ‘빅3’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에코부스트 엔진은 포드가 최근 가장 중시하는 친환경성 강화 정책의 핵심이다. 배기량을 낮추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 포드는 2013년까지 총 150만 대의 자동차를 에코부스트 엔진으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위)포드자동차 ‘에코부스트’ 엔진(아래)크라이슬러 6기통 펜타스타 엔진 ○ 고성능 엔진은 브랜드의 ‘자존심’
초(超)고성능 엔진을 브랜드의 자존심으로 내거는 업체들도 있다. 벤츠는 1991년부터 12기통에 달하는 대형 엔진인 ‘V12 바이터보 엔진’을 최상급 모델인 ‘S600L’ 등 고급차에 장착하고 있다. 최고 출력이 517마력에 달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감을 이끌어낸다.
아우디의 터보 직분사 가솔린(TFSI) 엔진은 아우디가 2000년 이후 극한의 내구성을 겨루는 ‘르망 24시’에서 5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조했다. 이 중 2.0 TFSI 엔진은 아우디가 세계 최초로 터보차저를 직분사 엔진에 적용해 개발한 것으로 최고 211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복수의 업체가 합작 개발한 엔진도 있다. 크라이슬러의 6기통 펜타스타 엔진은 과거 벤츠의 모그룹인 다임러와 크라이슬러가 공동 개발한 엔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형세단 ‘300C’ 등 고급차 위주로 사용된다.
볼보자동차는 4기통, 6기통 등 기통 수가 짝수인 다른 엔진과 달리 5기통 직렬이라는 독특한 디젤 엔진을 고수하고 있다. 디젤 엔진의 문제점인 분진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다.
독일 포르셰, 일본 스바루에서 채택한 ‘수평대향형 엔진’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엔진의 피스톤이 움직이는 모습이 권투선수가 주먹을 내뻗는 동작과 비슷하다고 해서 ‘박서 엔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무게중심이 낮아 차체 균형을 잡는 데 효율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밖에 도요타의 ‘듀얼 가변밸브타이밍(VVT-i)’ 엔진, 혼다의 ‘i-VTEC’ 엔진도 개선을 거듭해 오랜 세월 다양한 차종에 채택되며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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