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5색파워]원격검침 통신 인프라 SW 국내 1위 누리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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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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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에게 영업이익 10% ‘닥치고 인센티브’

8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누리텔레콤 본사에서 조송만 대표(왼쪽)가 직원들과 함께 ‘원격검침 통신 인프라(AMI)’ 제품을 손에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8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누리텔레콤 본사에서 조송만 대표(왼쪽)가 직원들과 함께 ‘원격검침 통신 인프라(AMI)’ 제품을 손에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누리텔레콤 본사 연구소 직원들이 AMI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누리텔레콤 본사 연구소 직원들이 AMI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영업이익의 10%를 무조건 직원들에게 나눠준다는 게 참 신선했어요.”

8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누리텔레콤 본사에서 만난 김영규 사원(29)은 2010년 말 입사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으로선 이례적으로 2005년부터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임직원들에게 매년 인센티브로 나눠주고 있다. 2009년에는 한 신입사원이 500만 원 넘는 돈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렵다는 세무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김 사원이 번듯한 직장을 마다하고 이 회사 회계팀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송만 대표(52)는 “창업 당시 회사와 직원, 주주가 모두 행복해야 한다는 경영원칙을 세웠다”며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게 사장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인센티브와 별도로 주택구입비 최대 3000만 원, 전세자금 최대 2000만 원을 직원들에게 무이자로 빌려주고 있다.

○ 든든한 복리후생, 다양한 해외경험


누리텔레콤은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에 필수인 ‘원격검침 통신 인프라(AM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국내 1위 업체다. AMI는 쉽게 말해 가정이나 회사에서 사용하는 전기 또는 수도 사용량을 검침원이 일일이 방문할 필요 없이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자동으로 계측해주는 서비스다. 이 회사는 1997년 국내 최초로 원격검침 시스템을 상용화한 데 이어 2003년에는 지그비(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를 활용한 새로운 AMI 시스템 개발에도 성공했다.

기술력이 탄탄한 회사답게 교육투자에 대해선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전 직원은 사내 ‘온라인 복지 몰’을 통해 1년에 120만 원까지 학원비나 체력단련비를 쓸 수 있다. 조 대표는 회사 임직원을 내부 강사로 지정해 1주일에 세 번씩 외국어를 비롯한 각종 실무기술을 교육하고, 그 성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한다. 대학원 등 외부 기관에 임직원들을 위탁 교육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세계 13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중소기업답게 본인이 원하면 다양한 해외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최은정 홍보IR팀장은 “1년이면 석 달 이상을 스웨덴과 노르웨이, 이집트 등 해외에서 생활하는 엔지니어들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 원칙경영과 기술력으로 미래가 더 기대


“난 비즈니스를 하러 온 사람입니다. 이렇게 접대할 돈이 있으면 차라리 납품단가를 깎아주시오.”

대우정보통신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회사를 나와 창업한 지 5년이 지난 1997년. 미국 뉴욕 근처에서 현지 부품업체 사장과 만난 조 대표는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원격검침 하드웨어 부품을 구하기 위해 접촉한 미국인 사장은 “요트를 타러 가자”며 환심을 사기에 급급했다. 한국 기업과 여러 차례 거래하면서 일을 성사시키려면 접대부터 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조 대표의 확고한 원칙에 감동한 미국인 사장은 부품 단가를 깎아준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거래를 지속할 정도로 그를 신뢰하게 됐다.

당시 조 대표는 3년간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숙식을 해결하며 AMI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부인이 옷가지며 음식을 장만해 매일 밤 회사로 찾아왔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누리텔레콤은 세계적으로 큰 시장이 열리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보급을 위해선 이 회사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AMI 시스템이 먼저 깔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리드 추진 속도가 빠른 유럽에선 누리텔레콤의 AMI 시스템이 일반 가정에까지 설치됐다. 스웨덴의 메이저 전력업체인 예테보리에너지는 지그비 기술을 활용한 누리텔레콤의 AMI 시스템을 예테보리 시에 있는 26만5000가구에 일제히 적용했다. 유럽 한 도시의 모든 가정이 한국 중소기업의 AMI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력요금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끝으로 청년 구직자들에게 한마디를 남겨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조 대표는 “젊은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우량 중소기업이 주변에 적지 않다”며 “대기업만 고집하지 말고 세계로 뻗어가는 강소(强小)기업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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