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싫어요” 통계로 본 2011 한국사회

  • 동아일보

서울 강북구 수유동 A고교 2학년 김유림 양(17)의 장래희망은 '9급 공무원'이다. 전교 10등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좋고, 특히 영어를 잘 하지만 꿈은 소박하다. 김 양은 "회사에서 명예퇴직한 아빠가 안정되고 1등 신붓감인 공무원이 최고라고 하신다"며 "부모님으로부터 일반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 그 쪽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야심차게 밝혔지만 청년들의 인식은 여전히 차가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4명은 선호하는 직장으로 국가기관과 공기업을 꼽았고 중소기업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3%에 머물렀다.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중소기업 선호도, 공무원의 20분의 1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11 사회조사에 따르면 13~29세 청년에게 가장 선호하는 직장을 물어본 결과, 국가기관(28.7%), 대기업(21.6%), 공기업(15.6%), 전문직기업(9.1%) 순으로 많았다. 반면 중소기업(2.3%)과 벤처기업(3%)은 선호도가 가장 낮았다. 일자리가 가장 많고 정부가 집중 지원하겠다는 중기와 벤처기업을 청년들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었다.

청년들의 직업관을 보면 왜 중소 및 벤처기업이 인기가 없는지를 알 수 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수입'(38.3%)과 '안정성'(29.2%)이 꼽혔다. 발전성 및 장래성이라고 답한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취업자 중 직장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59.9%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정부가 아무리 중소기업이 좋다고 추켜 세워도, 봉급이 낮고 고용이 불안한 곳에는 가기 싫다는 뜻이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스스로 회사의 미래 비전을 확실하게 펼쳐 보여 구직자나 직원이 일할 만한 직장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중 45% "나는 하층민이다"

가구주 1만7000 명에게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어느 수준인 지를 묻는 질문에 상층이라 응답한 비율은 1.9%에 그친 반면 하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45.3%였다. 같은 질문을 2009년에 했을 때는 각각 2.7%, 42.4%였다. 상층이라고 느낀 비중은 줄어든 반면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주는 더 많아졌다. 특히 여성 가구주의 61%가 자신을 하층이라고 했다.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어떤 점이 어렵냐고 묻자 40.6%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37.8%는 건강 문제를 각각 꼽았다. 자녀와의 동거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66.6%가 따로 산다고 답했다. 따로 사는 이유로는 '따로 사는 것이 편해서'(33.3%), '독립생활이 가능해서'(21.8%), '자녀에게 부담이 될까봐'(21.6%) 순이 꼽혔다. 앞으로 자녀와 함께 살고 싶은지 여부에 대해서는 71%가 '따로 살고 싶다'고 밝혔다.

장애인 차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나는 문제없는데 사회가 문제 있다'는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 차별에 대해서는 72.3%가 '심하다'고 답했지만, 설문자 본인의 장애인 차별정도에 대해 묻자 '없다'는 응답이 86.1%에 달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고려해 더 배려해야 한다는 응답도 66.8%에 이르렀고, 집 근처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는 93.8%가 반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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