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탐욕’을 비판하는 시위 물결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권의 고액 배당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1년 순이익의 30%를 사주 일가에 주고 있고, 4대 금융지주사들도 순이익의 20% 가까운 배당을 실시해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로 글로벌 경제상황이 불투명해지는데도 이에 대한 대비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6∼2010회계연도) 금융권의 배당성향은 25.9%로 전체 평균인 20.3%를 웃돌았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을 말한다. KB,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이 기간 배당금은 총 3조8000억 원으로 5년간 순이익의 17.5%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지분은 KB 57.1%, 신한 59.8%, 하나 59.7% 등으로 이 3개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배당금 7111억 원 중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챙겨갔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는 매년 결산배당 이외에 작년 2분기부터 거의 매 분기 배당을 실시해 최초 투자금 2조1548억 원을 훨씬 넘는 2조9000억 원을 챙겨 국부 유출 논란도 일었다.
증권업계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대우, 삼성, 현대, 우리투자, 한국투자 등 5대 증권사는 최근 5년간 순익(5조6000억 원)의 32.4%(1조8000억 원)를 배당금으로 줬다. 우리투자증권은 배당액이 순익의 44.1%로 가장 많았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대주주들은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싹쓸이했다. 한양증권은 2010회계연도에 13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뒤 이 중 99억 원을 현금 배당했다. 배당성향이 무려 73.5%로 한 해 벌어들인 돈의 4분의 3을 주주에게 나눠준 셈이다. 6월 말 현재 최대주주인 한양학원 외 9인의 지분은 40.45%로, 이들이 작년 순이익의 30%를 배당으로 가져갔다. 사주 일가가 최대주주인 대신증권과 유화증권의 배당성향도 각각 70.8%, 63.9%로 매우 높았다.
금융권의 고배당 관행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뒤늦게 배당 관행에 제동을 걸려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도와주고 이익이 생기면 바로 배당으로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어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기업의 급여나 배당에 관여한다면 관치 논란을 부를 수 있어 실제 어느 정도까지 규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융당국은 성과급 가이드라인, 배당 비율 등을 제시하기보다는 대손충당금이나 내부유보금을 많이 쌓도록 유도함으로써 배당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올해 사상 최대의 수수료 수입을 챙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객과 가맹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들은 그동안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감안하면 수수료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라며 수수료 인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16일 금융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8개 국내 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무려 2조2567억 원에 이른다. 수수료 이익은 은행들이 각종 수수료로 거둬들인 돈(수수료 수익)에서 관련 비용을 뺀 것을 말한다.
이 규모는 은행들이 총 15조 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던 2007년 상반기의 수수료 이익(2조2366억 원)보다 더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은행들은 올해 2007년보다 더 많은 수수료 이익을 거둬들이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국내 은행들이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최근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주요 4개 은행의 수수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은행이 부과하고 있는 수수료 가짓수가 평균 138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수수료 금액도 자의적으로 책정돼 은행마다 ‘들쑥날쑥’ 차이가 많이 나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창구에서 다른 은행으로 10만 원 이하를 보낼 때 하나은행은 6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데 신한, 외환, SC제일은행은 그 5배인 3000원의 수수료를 매긴다.
카드사들도 올해 ‘수수료 잔치’를 벌이기는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의 이익에서 60∼70%를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는 매년 1조 원씩 늘고 있다.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는 △2008년 5조5847억 원 △2009년 6조1296억 원 △2010년 7조1949억 원으로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4조956억 원에 이르렀다. 하반기에 여름철 휴가와 추석 연휴 등으로 대규모 카드 결제가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가맹점 수수료는 8조 원 중반대로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드사들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업종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서민들의 ‘푼돈’을 뜯어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골프장 가맹점에 1.5%, 백화점 가맹점은 2.0∼2.4%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서민업종인 음식점은 2.5∼2.7%, 노래방은 2.7∼3.5%, 이·미용실은 3.0∼3.5%에 이르러 업종별 편차가 심한 편이다. 이는 전국 음식점 주인들이 18일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10만인 결의대회’를 갖기로 한 주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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