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비용 3조원과 별도로 매년 3조원 더 투입 부담… 세계 경제 불확실성도 영향
SKT “일정 차질없이 진행을”… 하이닉스 매각 또 표류할 수도
STX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STX는 19일 “지난 7주간의 하이닉스 예비실사를 순조롭게 마무리했으나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부담 등의 이유로 인수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초 STX는 조선·해운에 치중된 그룹 매출을 다각화하기 위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추진해 왔다.
인수전 불참과 관련해 STX는 “유럽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고, 하이닉스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해 향후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TX가 인수전에 뛰어들 때부터 제기된 인수 후 추가 투자비용 부담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3조 원 규모로 평가되는 인수비용 외에 하이닉스의 신규 설비투자에 매년 2조∼3조 원가량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TX는 아랍에미리트 국영투자사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마련하기로 한 인수비용과 별도로 인수금액에 맞먹는 돈을 매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에 큰 부담을 느낀 것이다. 실제로 예비실사에 나섰던 인수팀은 최근 “생산설비 확충 등 인수 후 추가 투자비용이 예상보다 많을 것 같다”고 보고했고, 강덕수 회장을 비롯한 그룹 최고위층은 이날 인수전 불참을 최종 결정했다. 이에 대해 STX 관계자는 “문제는 추가 투자비용”이라며 “추가 투자를 하더라도 반도체 시장의 상황이 뒷받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리스크가 컸다”고 전했다. 여기에 신주 발행 및 구주 매각을 둘러싼 채권단과의 갈등, “외국 자본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하이닉스 노동조합의 분위기 등도 인수전 불참에 영향을 미쳤다.
STX와 경합을 벌였던 SK텔레콤은 이날 “달라진 상황에서도 이번 입찰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실사 결과, 반도체산업의 전망 및 입찰조건 등을 면밀히 검토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매각 방향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이른 시일 안에 다른 채권은행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SK텔레콤의 단독 입찰을 인정할지, 매각 일정을 연장할지, 아니면 매각 자체를 무산시킬지 채권단 내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유재한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단독 입찰 시 2주간 연장이 가능하고, 이후에도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단독 입찰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외환은행 측은 “어디까지나 유 전 사장의 개인 의견이며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초 채권단은 22일 입찰안내서를 발송하고 10월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11월에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다.
한편 STX는 당분간 인수합병(M&A)보다는 그룹 경영 안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STX는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계열사 지분 매각 등으로 약 25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STX 관계자는 “확보한 현금은 M&A가 아닌 그룹 주력사업의 내실 다지기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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